2024. 02. 10. 00.57.
처음 느낌 그대로. 남다른 길을 가는 내게... 인물은 아무 말하지 않았지. 대본 속에 존재하는 등장인물에게 계속적인 질문세례를 퍼붓고 있으면 느껴지는 감정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람은 생명이 없고 귀가 없고 입도 없어서 내 물음에 어떠한 답을 주지 않을 것임을 앎에도 불구하고 물음표를 던진다. 그것은 사실 스스로에 대한 방향임을 머지않아 깨닫게 되며 의인화한 등장인물에게서 찾아내야 할 단서임을 인식한다. 그러다가 오르는 혈압을 누르기 위해 뒷목을 검지와 중지와 엄지로 강하게 압박하다, 커피를 한 모금 쪽 빨아 당기며 하늘이나 무심하게 쳐다본다.
어제 내 수업을 듣는 동생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창공에 문장을 띄워본다. '매번 작품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제 당시는 마치 남 이야기하듯 쉽게 답변을 내려주었지만 오늘 내게 처한 현실에서는 나도 같은 물음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등장인물씨....'
사실, 방법을 몰라서 오는 막막함이 아님을 안다. 이 감정적인 답답함은 할 일이 많아서, 갈길이 멀어서 느껴지는 것이니까. 왜 그 말을 했는지, 왜 그 단어를 썼는지 질문을 던진다는 표현을 하지만 찾는다는 말이 더 옳다. 근데, 이게 매번 새로 해야 하는 일이니까 갈 길이 먼 것이다. 마치 연애와도 같다고 다른 학생의 똑같은 질문에 답한 오늘처럼. 매번 같은 여자사람을 만나지만, 내가 만났던 그전 연인과 같은 질문과 답으로 알아가고자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매 작품이 처음인 것처럼, 처음처럼, 질문을 해야 하는 피로감이 있다.
그렇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이 태도는, 아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처음처럼 대해주어야 하는 이 태도는, 분명 양질의 문답이 된다. 연애를 많이 해봤다고 여자에 대해 다 안다는 태도는 좋지 못한 결말을 맞는다. 연기란, 보편타당성에 기인하는 심리학이라기보다는, 단 한 사람을 알아가는 일이다. 세상 여자가 다 보통의 삶을 산다고 해서 같은 취향이 아니듯이, 어떤 음식과 분위기를 좋아하는지 매번 처음처럼 여쭙듯이, 인물도 똑같은 방식으로 대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답을 준다. 그래, 잘 모를 땐, 연기를 연애하고 생각하자. 처음처럼, 혹시 그거 알아 그댄 농협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