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 한 권의 책이 날 사로잡았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제목이 주는 강렬함과 묘한 매력에 사로잡혀 그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 책은 당시 내겐 좀 어려웠다. 깊은 철학적 사유와 삶의 사랑의 무거움과 가벼움의 경중을 따지자면 아직 미흡했으므로 좀 더 성숙한 존재가 되었을 때 다시 읽기를 반복했다. .. 작가의 변이다.
오늘 2월 4일, 2월 첫째주 일요일 종로 인사아트센터 G&J갤러리에서의 한국화가 김진희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날아오르다Ⅱ’라는 이름의 개인전을 찾았다. 2018, 2021에 이어 세번째 만남이다.
우선 그림 규모가 굉장히 커졌다. 그리고 역동성이 많이 생략되고 그림 속 여인은 약간 살이 오른 그런 모습이었다. 무게가 더 해졌다할까, 작가의 넉넉함이 엿보였다.
여성은 창조와 생명의 근원, 부드럽고 여리나 강함과 단단함을 이긴다. 물줄기처럼 낮은 곳을 향해 몸을 굽힐 줄 알고 온 땅을 적시며 생명을 잉태시키고 낳아 안고 기르며 보호한다. 조용히 기다리며 너그러이 몸에 살찌우게 하는 넉넉한 대지인 여인. 김진희이다.
작가의 화면의 달항아리는 좀처럼 벗어나기 힘든 현실에서 환상으로의 출구를 상징한다. 또 여인의 무한한 생산성을 말하는 자궁을 말하면서 결국 작가 스스로 가야만 하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희망을 담아내는 도구라고 말한다. 마침 오늘 기자가 길 건너 통인가게에서 만난 달항아리와 연결해본다.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a lift off.
작가는 짐짓 자신의 아바타적 여인을 통해 날아오른다. 그 가벼움은 과연 무게가 아니었다. 존재와 비존재 사이를 넘는 전이적 허물벗기로 보였다. jg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