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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김홍관 시인
  • 입력 2024.01.17 09:40
  • 수정 2024.01.1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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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프라이팬 뚜껑이 없다.

늘 없어도 되는 도구인 줄 알았다.

있을 때는 귀한 줄 모르다가

곁에서 떠나 가면 아쉽고 그리운 것들이 참 많다.

 

바퀴벌레 출몰은 원하지 않았는데

꽤나 자주 이 녀석들이 파리채의 심판들 받는다.

뚜껑이 있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나의 판결 전에

이 녀석들이 내 술 안주에 손을 댔을 것이다.

저주의 파리채는 자비라는 말을 모른다.

 

내 몸에는 뚜껑이 없지만

가끔은 의지와 상관없이 뚜껑이 열린다.

아마 제 화를 참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에게도 뚜껑이 필요할지 모른다.

사람 구실 하며 살라는 경고인가 보다.

이제부터는 뚜껑 서너 개를 지니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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