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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김홍관 시인
  • 입력 2023.12.2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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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눈이 왔어요.

마냥 좋았지요.

흐린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을

입 쫙 발리고 받아 먹었고요.

너댓번 중에 가끔 한 번씩

입 속으로 눈이 들어갔고

아무 맛이 없지만 내겐 달콤했어요.

 

누가 먼저랄것 없이 눈을 굴렸어요.

작은 눈덩이가 커지는 것은 금방이었지요.

더 큰 눈덩이는 아래쪽에

조금 작은 것을 위에 올려놓았죠.

 

나뭇가지, 솔가지가 눈, 코, 입

두 눈뭉치가 살아났어요.

눈사람은 차가운 눈이지만

우리가 만든 눈사람은 따뜻했어요.

눈뭉치를 굴리면서

까르르 웃음도, 왁자지껄 소란도

우리들 마음도 함께 뭉쳤으니까요.

 

우리가 자라면 눈사람은 녹겠지요.

그렇지만 오늘 만든 눈사람은

우리 마음속에서 녹지 않을 거예요.

나만의 울라프라고 이름 지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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