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15 명륜동 소재 정문규 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Blue Life’의 배달래 작가를 만나다.
2023. 12. 15 명륜동 소재 정문규 미술관에서 전시중인 ‘Blue Life’의 배달래 작가를 만났다.
지난번 맨드라미 전시 이후 오랜만이었다.
`투명성이었어요. 그 투명성을 재료를 통해서 더 잘 표현하기 위해서 애를 썼죠. 그리고 지난번 맨드라미와 다르게 굉장히 색을 절제했거든요. 색을 절제하고 여기에는 물의 투명성을 좀 더 살려줄 수 있는 약간의 색만으로 뭔가 표현을 한 거예요.`
그 색이란 게 블루, 코발트 블루에 가깝다고 귀띰해준다. 단 하나의 색을 고집하여 표현하는 작가가 그려낸 바닷물이 여기에 연유한다.
`저요? 사실 수영할 줄 몰라요. 그런데 스쿠버 다이빙은 해요. 다이빙을 배운 이유는 바닷속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의지가 나를 바다로 이끌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물속에서의 고요와 평화, 오로지 나의 심장 소리만 들리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바닷 속은 우주의 어느 공간처럼 고요했어요. 모든 걸 다 품어내는, 이런 바다 이야기와 그 푸름과 가슴 벅참을 작품에 담아봐야지 하는 생각이 가슴에 남아있어서 이번에 작업을 했어요. 바다는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거든요. 불어오는 바람에 파도가 생성되었다가 소산되고 이걸 말도 못하게 큰 바다가 모두 안아주는 겁니다. 엄마의 품처럼.`
`동기요? 제 작업실 들어가는 입구에 추모공원이 하나 있어요. 거기를 자주 오며가며 산책을 하다가 보게 된 거예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버려진 꽃들, 망자에게 바쳐진 꽃들의 일생이지요. 그러다가 인생의 어떤 삶의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게 작품의 계기가 돼서 블루 라이프 시리즈가 나오게 된 거예요.`
`이것도 리사이클 해도 그 역시 버려지는 쓰레기들, 그리고 또 우리의 삶도 모든 이것도 하나의 쓰레기라고 보여지는 역사이기도 하잖아요. 흔적이잖아요.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의도적이든 아니든 간에 많은 흔적이 남아요. 예를 들어 물티슈의 사용이지요. 어떤 작품은 이 티슈로 페인트를 닦아내는 게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거든요. 물티슈로 닦으면서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사실 거기에서 나온 또 하나의 흔적인 거예요. 여기 똑같은 애들이 하나도 없어요. 그냥 내 손가락이 여기 저기 다 찍혀 있어요. 그래서 이런 것들이 판자조각처럼 하나 하나의 역사 책처럼 보이지요. 그걸 다시 덧대어진 작품재료로의 사용을 시도해보았어요.`
`그리고 또 거의 무한대의 확장성까지 있어서 작품으로 보면 상당한 다이나미즘도 있어요. 다음에 작업할 때는 어디에 어떻게 설치하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가변적인 거죠. 그래서 여기서 쓰고 남은 걸 추려서 소품 작업까지 해봤어요.`
2층의 전시관은 1층의 펼침 마당이다. 아래가 작가의 출발공간이라면 여기는 오롯이 관객이 마무리하는 공간이다. 어쩌면 작가가 개입할 수 없는. 산 같기도 하고 바다 같기도 하고 큰 파도에 싸인 아주 미력한 한 인간의 모습이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이토록 거대한 그런 어떤 바다의 실체 앞에서 자신을 당당하게 지키는 그런 순간을 좀 그려보기도 한다. 조금 더 가깝게 다가와서 자기 자신을 좀 놓아보자. 그림속의 많은 여백에 놓인 자기를 좀 상상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게 작가의 의도이기도 할 것이다.
작가 노트에서 밝힌 그녀의 블루 라이프에 대한 생각을 같이 정리해보자.
`이번 작품에서의 푸른색은 우울과 두려움의 색이 아닌 희망과 도전, 격동적인 아름다움을 가득 품고 있다. 나의 블루는 곧 내 안에의 삶의 뜨거움이며 이 시간을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을 향한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삶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푸르름으로 그 시간의 흔적들이 작품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블루 라이프 전시는 내게도 큰 도전이었다. 단색으로 표현되는 그것도 어려운 블루색만으로 나의 열정적 에너지를 담을 작품을 한다는 것이 어려운 과제였고, 큰 도전이었다. 차가움을 어떻게 뜨거움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것은 나의 몸짓이었다. 오로지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춤을 추는 순간, 온 몸으로 그림을 그리는 순간이었다.`jgm
이 전시는 내년 1월 9일(화)까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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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문정기
jgmoon11@naver.com
공학박사
과학문화평론가
만안연구소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