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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에 대하여

김홍관 시인
  • 입력 2023.11.06 07:34
  • 수정 2023.11.06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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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에 대하여

 

드디어 허리를 편안하게 눕히는 나만의 시간이다.

 

나의 이야기는 발가락에서 시작된다.

하루 동안 나를 지탱해 준 신체의 모든 부분이 발이다.

발가락은 보조 부분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오해이다.

엄지나 새끼 어느 한 발가락이 없다면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한다.

 

욕실에서 양치하고 세면을 한다.

어제 샤워를 해서 오늘 샤워는 생략한다.

마지막 내 행위는 발을 씻는 의식이다.

 

예수의 세족례는 거론하지 않으련다.

변기 뚜껑을 열고 발을 올린다.

경건한 마음으로 샤워기를 발로 향하고 발가락 사이사이를 정성껏 씻는다.

 

하루 동안 내가 지구를 디딜 수 있게 해준 고마움이다.

나의 과오를 버텨 준 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하나가 남았다.

발가락 하나하나 구석까지 발수건으로 정성껏 닦는 일이다.

하루 노고에 대한 내 보상의 마음이다.

 

작지만 잊고 살기 쉬운 일상에 대한 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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