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꽃
바람이 날숨을 내쉴 때
반짝이는 은빛 몸들이 바람결 따라 눕는다.
바람이 들숨을 들이마실 때
은빛 몸들은 잇몸을 드러내고 하얗게 웃는다.
하늘에 자기보다 더 하얀 구름이 지나갈 진데
아무런 질투 없이 손가락 쫙 펴고 손을 흔든다.
서걱이는 마른 잎들이 속닥거리고
손가락 마디 털어 수많은 연등을 날린다.
노을빛 가득한 해거름이 되면
반짝이던 웃음이 부끄러운지
홍조 띤 얼굴에 추억을 묻는다.
곱거나 거칠거나 바람이 숨결이 되어야만
억새밭은 물 만난 고기처럼 춤사위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