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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꽃

김홍관 시인
  • 입력 2023.10.16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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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꽃

 

바람이 날숨을 내쉴 때

반짝이는 은빛 몸들이 바람결 따라 눕는다.

 

바람이 들숨을 들이마실 때

은빛 몸들은 잇몸을 드러내고 하얗게 웃는다.

 

하늘에 자기보다 더 하얀 구름이 지나갈 진데

아무런 질투 없이 손가락 쫙 펴고 손을 흔든다.

 

서걱이는 마른 잎들이 속닥거리고

손가락 마디 털어 수많은 연등을 날린다.

 

노을빛 가득한 해거름이 되면

반짝이던 웃음이 부끄러운지

홍조 띤 얼굴에 추억을 묻는다.

 

곱거나 거칠거나 바람이 숨결이 되어야만

억새밭은 물 만난 고기처럼 춤사위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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