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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팔세의 추석

이진성
  • 입력 2023.10.02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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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2. 23:09.

 한국나이 38세. 만 37세의 추석에 빼놓을 수 없는 부모님의 눈치 주기는 연애와 결혼이다. 연휴의 마무리에도 그 뉘앙스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만나는 사람 없는지 그렇게 궁금하실까. 허나 내 멋대로 인생 커리어를 가진 나에게 그런 눈칫밥은 밥 측에도 못 낀다. 씨알도 안 먹힐 말이라는 것은 30년의 마이웨이로, 이미 기대치가 없을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심 생각하곤 한다. 연애와 결혼관에 대하여. 오늘은 연휴임에도 아침에 수업을 했는데 상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수업을 듣는 이에게 지나간 사랑 한 번 떠올려 보라 했다. '픽'하고 웃는 그에게 상상의 찰나를 발견한다. 그리워했던 마음만큼 눈이 깊어지고 폐부 깊숙한 곳에서 소리가 나온다. 인물도 그럴진대 연기할 때 그런 표현도 꼭 해줘라, 연기와 연애는 닮았다고 매듭을 짓고 연습실을 나온다.

 추석 때 지인 두 세명을 만났는데 지금 보니 빠짐없이 연애, 결혼 이야기를 했다. 동갑내기와는 현실적인 돈과 벌이 얘기, 아이를 좋아하느냐는 둥, 노산과 스스로의 무능력 함과 맞바꿈에 관한 이야기 등, 혹여 서로 상처될 말을 삼가느라 바빴다. 내 나이쯤 되면 스스로의 부족함은 이미 너무 잘 알기에 되려, 상대방에게 듣기 좋게 이야기하려 애쓰니까 말이다.

 

 어느 날은 친한 동생을 만나 누굴 소개해 주겠다며 건네주는 말에, 좋게 봐줘서 고맙다며 에둘러 민망함을 감춘다. 이상형이 어떻게 되냐, 나는 진솔하고 애교 많은 사람, 표현 잘하는 사람이라고 답하고 집에 오는 길에 후회를 한다. 진솔하다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평소처럼 '예쁜 사람'이라고 할걸. 스스로에게 진솔하지 못한 어정쩡한 말로 우스워졌다. 38세의 추석. 결혼, 연애, 사랑을 하냐는 말에 내성이 약해질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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