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기
배꼽 옆에 피부가 벌개지더니
이내 종기가 되더군
옷을 입을 때마다 가로부치며
아프게 하더니 곪기 시작했어
항생제 먹을 생각은 하지 않았고
더 곪으면 짜낼 요량이었지
사나흘 지나니 누런 고름이 보이더라고
알콜에 솜에 연고에 밴드를 준비하고
아픔을 참아가며 새끼손톱 만하게 커진 종기를 짰어
피고름이 꽤 나오더군
아팠지, 아프다마다
살아가면서 아픈 일이 어디 한두 가지던가?
아픔을 참아내는 수많은 공부를 해봤잖아.
고름이 살 되던가?
아픔을 견디다 짜내던가 도려내야 하지 않던가?
잠깐은 참는 것보다 극심한 아픔이 오더라도 짜내며 살게
도려내며 살게
세월 지나면 새살이 돋아날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