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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검사, "지난 10년 마음 고생한 것에 비해 과분한 격려와 위로 받아"

권용 기자
  • 입력 2022.12.0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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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검사가 NCCK 인권상 특별상 수상소감을 밝혔다.(사진=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임은정 검사가 NCCK 인권상 특별상 수상소감을 밝혔다.(사진=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임은정 검사가 NCCK 인권상 특별상 수상소감을 밝혔다.

임 검사는 지난 1일 제36회 NCCK 인권상 특별상을 수상한 후 자신의 SNS에 수상소감을 밝혔다.

임 검사는 “어제 지난 10년간 마음 고생한 것에 비해 과분한 격려와 위로를 받았다.”며 “2012년 9월, 박형규 목사님 무죄구형을 하며 ‘아, 시대의 거목인 박 목사님의 가지에 매달린 매미처럼 박 목사님 이름 뒤에 붙어다니는 횡재를 하겠구나!’ 싶어 기뻐하다가 하나님이 숙제를 주신거란 걸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지요.”라고 밝혔다.

이어 “숙제를 썩 잘해내지 못하고 있는 듯해 늘 죄스러웠는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로부터 상을 받으니 하나님으로부터 칭찬받은 듯해 많이 떨리고 기뻤다.”며 "<NCCK 인권상 특별상 수상소감>을 벗님들과 나누며 기쁨과 감사를 전합니다."며 소회를 밝혔다.

<소감문 전문>

 

말씀 한 구절 먼저 읽어드겠습니다.

“문들아 너희 머리를 들지어다

영원한 문들아 들릴지어다

영광의 왕이 들어가시리로다”(시편 24:7)

제 책 <계속 가보겠습니다>의 부제는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입니다.

내부고발자로 10년을 종종거리다 보니 검찰제국 그 철옹성에 서서히 균열이 생기는 것을 봅니다.

이제 외부에서도 그 틈새를 통해 검찰 내부를 조금은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은 실낱같이 미미하지만 그 ‘틈’이 결국에는 모두가 드나드는 ‘문’이 될 것임을 저는 믿습니다.

내부고발자의 삶이 하도 팍팍해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책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결국은 못 견디니 이직을 준비하라고 솔직한 조언을 했습니다.

영혼을 사르니 재만 남습니다.

그렇게 소진되고 무너져내립니다.

내부고발자가 무너지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요?

얼마 전 선배로부터 선물 받은 시집에서 길을 찾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감명 받은 시 한 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풀의 투쟁 / 백무산

단단한 것은 틈이 있다지만

튼튼한 것은 갈라진다지만

틈이 견고한 벽을 무너뜨린다지만

갈라지고 갈라지기만 하면

무너짐도 무너진다.

틈을 만드는 동안

갈라진 틈에 어디선가

깃털처럼 부드러운 풀씨가 찾아온다

틈은 반짝 희망이었다가 갈라지고 갈라져

사막을 만들기 시작할 때

틈을 내는 투쟁의 손도 갈라진다

틈에는 풀씨가 내려앉고

풀은 흙에 뿌리 내리는 것이 아니라

풀이 흙을 만들어간다

틈이 자라 사막을 만들어갈 때

풀은 최선을 다해 흙을 만들어 덮는다

반짝이는 희망이 순간에 그치지 않으려면,

틈이 사막이 되지 않으려면,

틈을 만드는 부딪침과 풀씨와

풀씨를 가꾸고 지켜내는 손길이 필요합니다.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훑어보면 NCCK가 끊임없이 나오는데요.

부딪침으로 깨어진 이들을 치료한 구조자이자,

부딪침으로 생긴 틈에 뿌려진 풀씨를 가꾸어온 정원사로서의 시대적 소명을 감당해왔습니다.

이런 NCCK로부터 과분한 상을 받으니

사도 바울이 고린도전서 9장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제 달음질이 방향이 없는 것 같지 않고

싸우는 것이 허공을 치는 것 같지 않음을

하나님께 인정받고 칭찬받는 것 같아 흐뭇하고 행복합니다.

저는 하나님의 사랑을 넘치게 받는 귀한 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사도 바울을 본받아 시대의 불의에 부딪쳐 매일 죽고 다시 부활하는 사람입니다.

박형규 목사님이 그러했고, 문익환 목사님이 그러했지요.

2012년 9월 박형규 목사님에 대해 무죄 구형을 하며 하나님께 이렇게 칭찬받는 사람이 되겠노라고 하나님 앞에 다짐을 했습니다.

계속 부딪쳐보겠습니다.

함께 부딪쳐가는 사람들이 많고,

풀씨가 되어줄 사람들도 많고,

풀씨를 지키고 가꾸어나가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으니

틈이 문이 되고,

사막이 숲이 되지 않겠습니까.

처음에 읽었던 성경 구절을 다시 읽으며 마무리하겠습니다.

“문들아 너희 머리를 들지어다

영원한 문들아 들릴지어다

영광의 왕이 들어가시리로다

영광의 왕이 누구시냐

강하고 능한 여호와시요 전쟁에 능한 여호와시로다

문들아 너희 머리를 들지어다

영원한 문들아 들릴지어다

영광의 왕이 들어가시리로다

영광의 왕이 누구시냐

만군의 여호와께서 곧 영광의 왕이시로다”(시편 24:7~10)

감사합니다.

씩씩하게

계속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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