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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강원도지사는 바보인가 천재인가. 돈 잘 버는 대한민국이 몇 천억원 손해 볼 수는 있지만 갈아 엎은 몇 만년 전 유적을 복구할 수는 없다.

이원환 전문 기자
  • 입력 2022.10.23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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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중도개발공사가 발행하고(빌리고) 강원도가 지급보증한 채권(債券. 대출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해가 쉽다) 2,050억원이 부도났다.

 

채권은 종이돈인 지폐와 비슷한 것으로 주로 금융기관들이 사고 파는 것이다.

 

2,050억원어치 채권을 ‘ABCP’라고 하는데 복잡하니 그냥 채권 혹은 대출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 채권(대출)이 갚을 때(만기)가 되었는데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못 갚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2,050억원어치 채권(債券)2,050억원 받을 권리가 있다는 증거로만 쓰여지는 아주 중요한 종이 쪼가리가 된 것이다.

 

종이쪼가리를 가지고 있는 금융기관은 중도개발공사에 돈을 갚으라고 하고, 중도개발공사는 돈이 없으니, 이를 지급보증한 강원도가 2,050억원을 갚아야 한다.

 

김진태 강원도 지사는 928일 중도개발공사 기업회생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 기업회생신청을 진행하면 법원은 채권(대출)을 줄여 주고, 주식으로 전환해 주기도 함으로 실제 강원도가 갚을 돈이 줄어들 수도 있다. 1052,050억원의 채권(대출)은 부도처리되었다.

 

언뜻 보면 김진태 지사는 강원도를 위해 갚을 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듯하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지방정부 강원도가 보증한 채권(債券) 은 강원도가 발행한 채권(債券), 즉 직접 빌린 대출과 동일하게 취급되는 것이 채권시장이다. 채권시장은 주식시장과 더불어 자본주의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세계 경제규모 9, 10위 선진국인 대한민국 정부가, 비록 지방정부이긴 하지만, 보증한 채권이 부도가 났다. 당신이 외국인이라면 대한민국 정부가 보증하거나 발행한 채권을 사겠는가? 바꾸어 말하면 대한민국 정부나 공공기관에게 대출해 주겠는가?

 

믿을 수가 없으면 대출해 주지 않는다. 담보 없이 빌려주는 것을 신용이라고 한다. 아파트 저당권을 잡지도 못하는데 아파트 살 돈을 빌려주는 은행, 금융기관 본 적 있는가?

 

한국 정부의 신용이 떨지지기 시작했다. 이제 채권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강원도가 아닌 다른 도나 시가 돈 못 갚겠다는 부도선언 (EOD, 디폴트 선언)을 할 지도 몰라 금융기관들은 움추려들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일반 기업들도 부도선언을 할지 몰라 채권시장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것이다.

 

빚으로 유지되는 자본주의는 빚이 계속 커지는 본질이 있다. 빚을 때로는 신용이라 하고 때로는 대출이라 하고 때로는 채권이라 하고 때로는 통화량이라 하고 때로는 화폐그 자체를 말하기도 한다.

 

빚을 빚으로 갚는 것을 대환 대출이라 하거나 차환 발행이라고 한다. 채권의 차환발행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덩달아 대환대출이 안 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빚을 연기해 주지 않으면 이것이 부도이고 강원도 중도 라는 섬에서 시작한 부도가 연쇄 부도로 이어지는 것이다.

 

드디어 정부와 금융계에 비상이 걸렸다.

 

김진태 중도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금융이라는 바다에 떨어져 엄청난 파문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빨리 조치하지 않으면 파문이 파도가 될 수 있고 해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줄이면 강원도의 부도가 대한민국 정부의 부도로 이어질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이런 것을 모르고 2,050억원을 갚지 않겠다고 했으면 김진태 지사를 보고 바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를 알고 2,050억원을 갚지 않겠다고 했으면 김진태 지사는 천재이다. 중앙정부는 강원도를 대신해서 2,050억원을 갚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런 사업성 검토 없이 외자유치라는 이름으로 사기꾼들에게 손해를 보는 모든 한국의 공무원들에게 경종을 울려주기 때문이다.

 

3,000억원 손해 배상을 해 주는 것이 확정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도 처음에는 외환은행에 대한 외자유치라는 명분으로 시작되었다.

 

2,050억원은 춘천시 한강 한가운데에 있는 중도라는 섬에 있는 레고랜드 건설자금으로 쓰여졌다. 어린이들의 장난감 레고바로 그것이다.

 

중도섬은 한반도 한 가운데에 있고 엄청나게 큰 신석기 시대 유적이 발견되었다.신석기 유적이 있으면 구석기 유적이 발견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중도에서 구석기 유적도 발굴되었다는 소문도 있다.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될 수 있는 지역을 그냥 트랙터로 갈아엎은 것이다.

 

더욱 기가 찬 것은 중도에 건설한 레고랜드의 수익구조이다.

 

줄이면 부지()과 건설자금은 한국이 대고 수익이 나면 외국인 레고랜드 본사가 더 많이 가지고 가는 것이다. 한마디로 레고장난감 못 가져서 환장한 어린이 말 듣고 빚내어 장난감 사준 꼴인 것이다. 결과는 참혹하다.

 

사업은 시작한 지 11년만인 올해 55일에 개장하여 단 5개월만에 부도 난 것이다. 이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 전임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최문순 지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호남을 제외한 유일한 야당(민주당) 도지사였다. 연임을 위해 외국자본 유치라는 이름으로 자본시장의 사기꾼들에게 당한 결과가 강원도 중도개발 레고랜드였던 것이다.

 

대한민국 중앙정부가 나서서 2,050억원 갚아주고 절대 채권시장 안정화에 적극 나서면 결국 건설업자나 금융회사나 레고랜드는 피해가 없다. 세금을 낸 국민만 피해를 본다.

 

론스타에게 3,000억원 손해배상 해주어야 하는 중앙정부와 닮은 꼴이다. 레고랜드에게 얼마를 손해배상해 주어야 할지 알 수 없다. 중도를 100년간 무상 임대해 주었다는 데 정말 믿고 싶지 않을 따름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세계적 문화 유산을 갈아 엎은 것이다.

 

돈 잘 버는 대한민국이 그깟 몇 천억원 몇 조원 손해 볼 수는 있다.

 

그러나 갈아 엎은 몇 천년 전 혹은 몇 만년 전의 유적을 복구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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