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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66] 박지성이 쏘아올린 작은 공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2.08.0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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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전북 현대 어드바이저는 7월 30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25라운드 전북-제주 유나이티드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서 유소년축구선수들의 학업 병행 시스템을 아쉬워했다. 박지성은 축구뿐만이 아니라 예체능 분야 학생들의 중고등학교 정규수업 참여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내며 공부를 통해 대학 진학을 하던지 공부가 아닌 다른 재능으로 진학하려는지 고민해야 하고 예체능 학생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박지성은 “유럽은 다른 길이 마련되어 있다. 18세까지 똑같이 훈련을 받아도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이 있다. 유럽은 요일마다 수업을 받는 날이 있고, 아닌 날도 있다. 우리나라는 그게 아니다. 축구부 학생도 수업을 똑같이 들어야 한다"라고 비교했다. 또한 “(예체능 학생들의) 목표가 대학 진학이 아니라면 이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 예전에는 공부를 너무 안 해서 문제였다. 지금은 예체능 학생들에게 (훈련 및 연습을 위한)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지 않아서 문제”라고 힘줘 말했다.

전부현대모터스FC U18우승기념사진

유소년기에 자신의 전공에 집중할 시간에 정규수업에 들어가 국영수를 억지로 배우고 있으니 대부분 수업 시간에 잠을 자거나 학업에 성실히 임하지도 않을 바엔 체계적인 훈련과 실력 연마에 매진하는 게 효율적일 것이다. 인간을 성장시키는데 필요한 교육이 아닌 오직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점수로 분별하여 줄세우기식 교육을 하는 대한민국 현장에서 피아노 전공자가 어찌보면 피아노 연주와 하등 무관한 화학이나 공업, 물리 등의 수업을 듣고 앉아있는 게 시간 낭비요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소통이 목적이 아닌 수리능력을 측정하는 영어나 외국어 수업을 들을 바엔 맞춤형 홈스쿨링이나 조기유학 또는 영재원 진학이 훨씬 효율적이고 일례로 얼마 전에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임윤찬 같은 경우도 예원학교만 졸업하고 한국예술학교에 곧바로 진학, 집중적으로 자신의 전공에 전념하고 있다.

선화예술학교를 졸업하고 선화예고 1학년 때 독일로 조기 유학, 독일의 검정고시라 할 수 있는 같은 통과해 만 17세의 나이로 카를스루에 국립음악대학에 입학한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교육'을 위한 학교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 대학 진학을 위한 학교가 아닌 단체생활을 통한 인성 함양과 또래가 같이 어울리고 소통하고 문화를 공유하고 인간관계를 형성하면서 장차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민주 시민의 소양을 기르는 훈련의 장을 위해 학교는 필요하다.

혼자 도인같이 골방에 처박혀 주야장천 연습해서 콩쿠르에 우승도 하고 유명해졌다고 치자. 음악은 듣는 사람이 없으면 존재 이유가 없는 무형의 예술인데 그럼 자기 연주를 인정하고 들어주는 사람과 소통할 줄 알아야 되는데 배운 게 오직 연주뿐이 없으니 첫 번째로 언변이 딸린다. 언변이 늘려면 다독과 사색을 통한 자신만의 의견 정리와 개념 확립이 전제조건인데 그게 또 하루아침 사이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쇼팽을 잘 쳐 혼자 쇼팽의 대가가 된다고 해도 그걸 알아주고 같이 공감해 주는 사람이 부재인 독불장군 환경에서 자신이 이룬 성취를 대중들과 나누고 접점을 이루지 못하면 그거야말로 자기 세계에 갇힌 외로운 시골선비에 불과하다. 진짜 혼자 숲속에 들어가 하루 종일 피아노만 치고 사는 그런 게 아니라면 음악가도 사회인이요 음악인은 엄연히 직업군 중 하나이기 때문에 예술 한다는 오만함과 선민의식, 엘리트주의 따위는 버리고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주변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고 살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 또한 홀로 자기 연습만 했고 목표가 스타 플레이어요 지극히 이기적이고 자기 성공과 안위에만 관심 있지 음악계 더 나아가 사회 전체를 조망하고 폭넓게 바라보지 못한다.

영어 수업 중인 중학교 야구부 학생들, 사진 제공: 한겨례

엘리트 교육을 통해 형성된 상위 0.0001%으로의 성공한 사람 뺀 다른 이들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음대 졸업생들 중 계속 전공분야에서 활동을 하는 비율이 3~4%인 상황에서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모르고 피아노를 잘 치고 바이올린을 잘 켜고 노래 하나 잘 부르는 거 말고는 엑셀 하나 다루지 못할 정도로 취직이나 직장에서 요구하는 기본 소양과 스킬에 대해 배워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태반이다. 눈만 그저 높고 배만 불러 힘든 일은 안 하려고 하고 왕자공주 같이 대접만 받으려고 한다. 오페라 연습하는데 자기 파트 아니라고 잡담하고 딴짓하고 오케스트라 연습 시 자기 파트 안 나온다고 고개 숙이고 핸드폰이나 보고 있고 단체 연주회에서 다른 사람 차례에 경청해 주지 않고 자기 것만 쏙 하고 가버리는 등 눈살 찌푸려지는 행동들을 열거하면 한도 끝도 없다. 연습 시간 준수, 연습 시 핸드폰 사용 자재 등 기본적인 에티켓도 탑재하지 못해 그걸 또 지적하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반발한다. 중고등학교 때 이런 기본적인 연주관/예술가의 자세 등에 대해 가르치고 교육해야 한다. 자기 연주가 아니더라도 하루 종일 대기하면서 보면대도 치워보고 피아노도 운반해 보고 다른 사람의 연주도 듣고 그런 모든 게 진정한 공부라는 거다.

새삼스럽지도 않다. 스트라빈스키의 전기를 읽어보면 지금부터 근 100년 전이요 우리나라가 아니 클래식의 발원지 유럽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불성실하고 멋대로이며 안하무인인 연주자들에 대한 불평과 '스승에게 연주 말고는 의자에 똑바로 앉는 법도 배우지 못했다'라고 지금 필자와 철자 하나 안 바꾸고 똑같은 발언을 하고 있다. 관악 연주자가 립스틱 바르고 연습에 등장하면? 리허설인데 의자에 등대고 연주하는 거 지금 뭐라고 지적하면? 꼰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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