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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20] 리뷰: 2022 창작성가페스티벌 10주년 기념 음악극 '그들, 열두 사도'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2.01.21 09:02
  • 수정 2022.01.21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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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20일 목요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찬양의 신세계를 꿈꾸며 결성한 '하나님의 작곡가들'은 2012년 창단, 그해 5월 열린 제1회 창작성가페스티벌을 시작으로 ‘부활’, ‘섬김’,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등의 주제로 2017년까지 매해 정기적으로 창작성가페스티벌 공연을 개최해 왔는데 10주년이 되는 올해 2022년, 기념 음악극 '그들,열두 사도'를 무대에 올렸다. 예수와 열두 제자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음악극인 '그들, 열두 사도'는 글쓰는 성악가 이승원의 대본에 맞춰 백영은, 정순도, 정승재, 장민호 등 15명의 작곡가가 참여, 합창, 독창, 중창으로 구성되었다.

지휘자 임창은과 서울 마스터즈 콰이어 그리고 왼편은 무대인사하는 배우 하동기와 민해심

'그들, 열두 사도'는 성경의 내용을 알기 쉽게 전파하기 위한 연극이란 목적에 부합되고 음악도 그런 목적과 기능의 역할에 충실한 전례극(Liturgical drama)이다. 가롯 유다의 배신과 예수님의 죽음 후 부활까지를 다룬 1막과 예수님 사후 세상에 남겨진 12사도들의 행전(行傳)인 2막으로 15명의 작곡가에 의해 작곡된 총 20곡으로 되어 있다.

음악극 '그들 열두 사도'의 대본과 가사를 작사한 글쓰는 성악가 이승원
음악극 '그들 열두 사도'의 대본과 가사를 작사한 글쓰는 성악가 이승원

① 정순도의 다섯 곡: '우리는 택함 받은 사도라'라는 오프닝 합창으로 시작한 건 뮤지컬 '노트르담의 파리'에서의 '대성당의 시대'와 같은 극적인 효과를 배가하는 배치였다. 이어진 서곡은 잔잔히 흐르다가 갑자기 종지음인 g의 5도화음인 d단3화음으로 변환되어 끝난다. 일반적으로 서곡이라면 앞으로 전개될 곡들의 주선율이나 모티브가 차용되어 극에 대한 호기심과 방향을 미리 예고하는데 각각의 작곡가들이 따로 곡을 만들어서 그런지 그런 합체보다는 정순도 개인의 극내용에 대한 함축이었다. 그건 다시 장면음악(Verwandlungs Musik)의 기능으로서 피아노 독주로 나온 6번 '배신의 날'과 7곡 '그 날 밤 군병들의 발소리'에서도 마찬가지로 가사 없이 음악으로만 배경을 상상하고 그려나갈 수 있게 조성했다. 제12곡 '우리 주의 영혼이 떠나셨다'는 합창단의 남자 단원들에게 각 절을 나누어 부르게 하는 구성이었고 나중에 여성부가 캐논으로 합류, 피카디리로 종지했다.

제일 왼쪽이 작곡가 정순도
커튼 콜에서의 작곡가 정순도(맨 오른쪽)

② 제9곡 '두 마음'(정승재 작곡)은 처음 전주 4마디의 고음 음형들이 곡의 주춧돌로 작용, 간주와 후주 등에서 교차되는 화자의 심정을 나누며 이어가는 역할을 한다. 음악적 재료를 통해 곡에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 하나지만 다면을 형성하였다. 제13곡의 '할렐루야'(백영은 작곡)는 곡 제목처럼 예수님 부활을 축하하는 환희의 발로인데 헨델의 유명한 동명 작품인 '메시아'에서의 '할렐루야' 선율을 인용하였다. 작곡가 백영은은 이미 수백 년 동안 익숙하고 감동을 선사한 '할렐루야' 대신 또 다른'할렐루야'를 쓴다는 게 무척 외람되어 이런 방식을 선택했다고 하는데 그건 지나친 겸손이다. 예수님 부활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뻐하고 환희에 넘쳐 경축하는 자기만족이자 끝없는 감동이다. 그건 마치 다윗이 자신도 모르게 옷을 찢고 춤을 추며 하나님을 찬양한 것처럼 정답이 없고 정해진 틀이 없다. 넘치는 열정과 진솔함에서 우러나고 퍼지는 백영은의 폭발적인 외침에 헨델보다 더 귀가 기울어진다.

③ 2막의 첫 곡 '사도신경'(최승현 작곡)에서 앞의 '할렐루야'처럼 익숙하고 흔히 알고 있는 기존의 '사도신경' 노래에서의 화음 진행이 살짝 숨어 있다. 그런데 그 곡의 스크린에서 비치는 대본가의 가사에서는 '믿사옵나이다'가 2번 반복되어도 모두 '믿사옵니다'로 바꿔 불러 의아했다. 한 번은 합창단 내의 솔로고 한 번은 튜티였다. 제15곡 '순교자들이여'(장민호 작곡)는 아카펠라로 도입, 피아노의 반주가 가미되는 뜨거운 출사표였다.

④ 연달아 도마, 야고보, 요한, 세 명의 사도들의 자신들의 행적에 입각한 고백들이 노래로 펼쳐지는데 그중 도마(강유정 작곡)와 야고보(김경희 작곡)의 노래는 오늘 울려 퍼진 노래들 중 가장 트렌디한 현대 성가(CCM)의 개념에 근접한 한국인들이 듣고 브라보 또는 아멘을 외칠만한 요소가 다분한 악풍이었다. 제10곡인 'Via Dolorosa'(이수련 작곡)는 위의 트렌디한 요소를 갖추면서도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흐름에 깊은 영적인 내면이 내포되면서 스토리텔링이 되어있는 작품이었다.

무대를 가득채우면 도열한 '하나님의 작곡가들'

공연예술, 즉 오페라, 연극, 오라토리오와 같은 무대에서 행하는 예술을 노래, 연기, 춤 등이 접목된 총체기 때문에 그런 모든 요소들이 합심하여 조화를 이루었을 때에야만이 진정한 예술적 가치와 수고를 보상받을 수 있을 테다. 특히 이번 같은 다수가 창작으로 합류한 다인 작품에서는 음악적 스타일도 각각이고 추구하는 방향이나 목적도 다르다. 구성원들의 소망은 전체보다는 자신의 곡이 가장 중요하고 작품이라는 큰 틀 안에서 자신의 노래가 틀리지 않고 의도대로 잘 불리길 바랄테다. 노래 부르는 사람도 다른 이의 노래보단 자신이 맡은 노래를 완벽하게 잘 소화해 내어 감동을 주고 박수갈채를 받길 원할테고 배우들도 노래보단 자신의 연기와 내레이션에 신경을 쓸 건 당연하니 이런 부분들이 잘 합쳐졌을 때 총체로서의 종합예술이 빛을 발한다. 작업의 과정에서도 곡을 빨리 내는 사람도 있는 반면 마감이 다 되어도 완성하지 못해 시간에 쫓기는 사람도 있을 거고 자신이 원하는 편성과 원하는 가수를 쓰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테니 온갖 이해관계와 사정이 얽히고설켜 있을 텐데 이런 갈등과 요구들을 잘 풀고 조절하면서 자기 분야의 에고(Ego)에서 벗어나 타인과 타 장르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통했을 때에야만이 이런 비상업적인 공연이 앞으로 계속 이어지고 발전할 것이다.

누낙문화예술기획에서 주관한 그들, 열두 사도 공연 포스터

하지만 감사한 일이다. 아무리 요즘 2년 넘게 코로나로 인해 꽁꽁 얼어붙은 영적 침체기요, 고마울게 하나도 없다고 푸념하는 세상이지만 어찌 되었든 엊그제 공연장이 방역 패스 해제 6종 시설에 해제되어 오늘 만석을 채우고 공연을 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우리는 감사하고 찬양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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