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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10] 리뷰: Music to Arts X Road Ensemble 'The Road to Sound'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12.0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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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 금요일 오후 7시30분 일신홀

뮤직투아츠와 로드 앙상블의 'The Road to Sound'(소리의 통로) 발표회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를 역임한 古 창석(滄石) 백태호(白泰昊, 1925-2009)화백의 그림들을 원천으로 하여 7명의 작곡가들이 거기서 받은 감흥을 음악으로 표현한 일종의 <전람회의 그림>이었다.

미술과 음악이 만나고 앙상블과 작곡가들이 만났으니 그들도 한데 섞여 커튼콜을 했으면 더욱 화합으로 향하는 통로가 아름다웠을건데..

① 필자가 바라본 백태호의 미술 세계;

대한민국 1세대 염색작가로서 제약보다는 가능성의 극한을 추구한 백태호의 그림들은 필자의 심미안으로는 지극히 따뜻하고 포근하다. 다채로운 색의 띠는 입체적이면서 포용적이며 비상하는 새의 날새짓은 이상을 향한 염원이다.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성이 살아 숨 쉬며 그래서 얼핏 동요가 어울린다.

② 박윤경, 강훈, 김희정, 장선순이 바라본 백태호:

첫 곡인 박유선은 놓쳤다. 이촌역에 공연 시작 30분 전에 출발했는데 2정거장이면 갈 거리가 악명 높은 경의중앙선의 배차간격 그리고 다른 열차를 먼저 보내기 위한 신호 정지에 걸려 한남역까지 도착하는데 30분이 넘게 걸렸으니 누굴 탓하리...

듣지 못한 박유선의 작품을 제외한 네 작곡가의 작품들의 공통점은 지극히 선적(linear)이다. 여지없이 반복음형이 모티브로 작용한다. 둥글게 감싸는 게 아니라 전부 점선면의 칸딘스키다. 백태호의 색감과 농도보단 결을 따라가다 만나게 되는 이동과 움직임에서 반사된 선의 형태적 요소의 일휘(一揮)가 난무한다.

박윤경의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나래>에서는 제목과 그림에 입각한 하나의 집결점을 향한 단계적인 쌓아올림이라기보다는 계파와 단락의 구분으로 옴니버스식의 구성으로 이상향을 향한 나래의 도달보단 사라지고 소멸되는 금시조였다. 강훈의 피아노 솔로를 위한 <결>은 차갑다. 마치 날카로운 종이에 손가락 끝이 살짝 베인 듯 피가 흐른다. 잔향이 남는다. 유리조각 같은 파편이 너무 많다.

백태호 2000결_5

③ 두 개의 가곡:

이소영이 작곡하고 직접 반주한 김상옥의 <사향>과 백영은의 <가을날>이 바리톤 김원에 의해 불렸다. 이소영의 d-minor가 그렇게 묵직하면서 사향 냄새가 지극할 수 없더라. 그전까지 날카로운 선의 휘두름에만 생채기가 나서 그런지 국악 장단에 G#음의 첨가가 진하게 작용했다. 백영은은 피아노와 성악이 주거나 받거니 대화를 한다. 대사로 처리한 '악수합니다'에 방점을 두고 그림이라는 미술에서 파생한 영감을 문학과 연계한 일종의 모노드라마요 연극적인 독백으로 진행했다. 반복되는 시구만큼이나 그래서 거기에 맞춘 선율의 잔향이 귀에 깊게 맴돈다.

작곡가 백영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의 모체가 된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존경의 산물인 '2002결-22'

④ 딸이 바라본 아버지 백태호:

마지막 곡 <피아노 트리오를 위한 모음곡>의 백영은은 백태호 화백의 딸이다. 그녀의 작품은 앞의 타인들과는 결이 다르다. 그녀의 작품에만 아르페지오와 반복음형이 출현하지 않는다. 3개의 악장 중 첫 악장에서 첼로로 제시되는 레솔라b파#솔솔의 선율이 후반부에 다시 바이올린에 의해 반복될 때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빠져드는 선율이다. 전체적으로 오늘의 작품들 총 틀어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모음곡의 2악장이다. 한데 엉켜있다. 요즘 같은 인간들 사이를 갈라놓고 비대면을 장려하는 감염병의 시대에 3악기의 부둥켜 안고 이끌려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합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백태호의 그림의 특징인 강한 색채가 한데 엮어 물들여지면서 염색된다. 모여서 섞인 요소들은 서로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평면과 입체가 공존한다. 그러면서 그림에서 더 나아간 확장형태의 3악장은 생명체 간의 결합해서 생기는 비예측의 변이(變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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