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원 음악통신 480] 리뷰: 소윤경 초청 피아노 독주회
  • 후원하기
[성용원 음악통신 480] 리뷰: 소윤경 초청 피아노 독주회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1.09.14 08: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숙명여자대학교 음악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단국대학교에서 박사학위(DMA)를 취득한 피아니스트 소윤경이 세라믹 팔레스홀 월요콘서트의 일환으로 초청 독주회를 9월 13일 월요일 세라믹 팔레스홀에서 개최했다.

9월 13일 월요일 오후 8시, 세라믹 팔레스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소윤경 초청 독주회

세라믹 팔레스홀은 실내 음향에 영향을 주는 내부 확산체를 세라믹 도자기로 장식하였다해서 세라믹 팔레스 홀이라 이름이 붙여진 만큼 공명과 소리의 튕김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공연장이다. 오래간만에 방문해 듣는 세라믹 팔레스홀은 높은 천장과 벽에 부착된 입체타일들로 마치 동굴에서 듣는 듯했다. 유난히 홀 외부에서 발생하는 흔들림(밖의 대중교통일 거라 유추)에 미세하게 돌아가는 에어컨디셔너의 팬이 혼합되어 소리의 파동과 진동이 심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슈베르트의 알레그레토가 내재한 환상과 동경, 작별에 대한 악풍을 홀의 음향과 함께 혼재되면서 오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첫 곡인 슈베르트의 <알레그레토> D. 919에서는 음과 공기 사이의 여백과 공간이 숨을 쉬었다.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5번>은 아카데미했다. 워낙 요즘엔 개성 넘치고 악동의 장난꾸러기와 같은 해석과 연주가 넘치기 때문에 소윤경의 정격연주가 도리어 생소했다. 똘망똘망했던 알라망드와 강약의 대비가 뚜렷했던 가보트가 유난히 7개 중에서 인상적이었다. 반복을 뺀 게 뭔가 허전했다. 바흐에선 소윤경이 백설공주가 되어 말 안 듣는 일곱 난쟁이를 이끌고 소풍 나가는 기분이 되어야 했는데 스탠더드했다.

슈베르트의 가단조 소나타는 앞의 슈베르트와는 딴판이었다. "그건 소품이고 이건 소나타야, 나 구조적인 형태의 대곡도 작곡할 수 있고 탄탄하게 구성하고 지속할 수 있어"라고 슈베르트가 외치고 소윤경이 답하는 격이다. 반복이 슈베르트 소나타 1악장에서 나와 놀랐다. 과감했다. 자칫 잘못하면 평면적으로 흐르기 쉬운 1악장을 모노톤적이지 않고 풍부한 상상력과 음악성을 바탕으로 끌어나갔다. 1악장의 발전부의 박력, 4마디의 긴 프레이지 선율을 슬러로 이어 한 호흡으로 끊어지지 않고 이어가는 처리, 적절한 부분에서 가속을 하여 몰아가는 속도감도 일품이었다. 2악장은 단선율과 화음의 직조가 선명하였고 왼손에서 선율이 나오고 오른손의 셋잇단음표의 반주 부분이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1악장 2주제가 연상되게끔 관현악적이었다. 마의 3악장 속주는 흔들리지 않은 안정과 견고함으로 일정하게 템포를 유지하면서 듣는 이들을 몰입하게 만든 열연이었다.

슈베르트 가단조 소나타와 사무엘 바버 소나타의 열연

사무엘 바버의 소나타 1악장은 강렬하고 야성적이었다. 2주제의 베이스는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 정도였다. 2악장의 아티큘레이션의 변화가 뚜렷했다. 물결치는 듯한 음색의 스케일은 마치 1부의 슈베르트 3악장의 연결 같았다. 진중하면서도 코로나 시대의 아픔이 느껴지게 만든 3악장에 이어 형식적 분석을 통해 치밀한 텍스처를 형성한 4악장은 소윤경이 피아노 앞에서만 이 곡을 연습한 게 아니라 책상에서 악보를 읽고 분석하며 연구한 흔적이 역력하였다. 그런 학구적인 자세에 테크닉이 동반되니 사무엘 바버의 소나타, 즉 4개의 악장 전체에 통일성을 부여하고 탄탄하게 한 기반이 되었다. 이상하게 소윤경이 연주하는 바버의 4악장을 들으니, 아니 바버의 1악장에서부터, 그녀가 연주하는 프로코피예프 소나타를 연달아 듣고 싶은 충동이 강해졌다. 아니면 로버트 무친스키라도.....언제부터 음악회가 길어봐야 중간의 인터미션 포함해서 90분이 되었고 1시간 내외로 끝나는 게 기본이 되어가고 있기도 하다. 꼭 음악회뿐만 아니다. 예전에 야구에서 선발투수도 한번 등판하면 120구 던지고 6-7이닝 소화하는 건 당연하게 여겼는데 지금은 고작 7-80개 던지면 많이 던졌다고 강판하고 등판 간격도 심하면 일주일에 한 번씩 잡아주는 등 선발 120개 던지던 시절 120분 독주회의 때가 아니긴 하지만 다음 소윤경의 독주회에서는 프로코피예프를 기대하게 한다. 물론 또 한 번 연주자 입장에선 곡소리나는 일이겠지만..... 정규 프로그램이 끝나고 홀을 나오니 겨우 9시 15분이었다. 그중 인터미션이 15분가량이다. 소윤경이 치는 프로코피예프 7번 소나타 3악장이라도 더 있었더라면 하는 욕심에 입맛만 다시고 일원역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