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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79] 리뷰: 2021 영아티스트콘서트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9.13 08:56
  • 수정 2021.09.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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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문제를 타파하고 차세대 음악인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보장하기 위해 실력과 진취적인 마인드를 겸비한 전도유망한 젊은 음악도들 중 가천대학교 음악대학 졸업생들이 주축이 되어 스스로 음악회를 기획 & 개최한 영아티스트콘서트에 작년 겨울에 이어 두 번째 방문했다.

9월 12일 TLI 아트센터에서 열린 2021영아티스트콘서트

클래식은 타국에서 발원한 문화다. 완전히 다른 문화권 아래 있었던 우리나라가 타문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문화 사대주의 또한 함께 확산되었다. 비록 개화기 당시 권력집단 중심의 보수적이고 부패한 사회상에 처해 있었다고 하나 민족적으로 자국과 문화, 공동체에 대한 애정이 높아 수많은 문화적, 군사적 독립운동을 펼친 한국 민족의 역사적 특성상, 피지배 국민으로서의 좌절감과 문화적 괴리감은 문화 사대주의가 근현대 한국 역사 속에 깊게 스며들게 하는 주요인이 되어 음악 하면 클래식이 최고라고 인식되고 그걸 하기 위해선 예술 관련 학과에 진학해야 했고 해야 한다.

초등학생이 예술학교에, 중학생이 예술고등학교에, 고등학생들이 예술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학교에서의 공식 수업뿐만이 아니라 고액의 특별 레슨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예술을 배우는데 고액을 지불하는 나라도 없다. 이 레슨비는 일반적인 학생들이 공부하기 위해 학원에 내는 사교육비에 비해 훨씬 더 큰 금액이다. 특히 대학 입시 레슨은 대부분 비공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비용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수 있다. 고등학생들의 대학 진학을 책임지고 있는 입시레슨 선생들은 대학의 교수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학생 유치에 유리하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학생들은 예술정신과 예술에 대한 즐거움을 배우는 대신 점수를 매기고 서열을 정하며 경쟁을 부추기는 환경에 처하게 된다.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예술 활동까지 점수를 매기고 경쟁하게 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식의 대학 입학과 성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가 되었다. 즉 예술 분야는 계층 이동이 다른 영역보다 훨씬 어려운 분야가 된 셈이다. 그렇게 투자해서 좋은 대학에 입학했는데 입학의 기쁨은 잠시뿐이고, 바로 학부를 졸업하고 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대학을 졸업한다고 예술가로서의 길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예술 활동을 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따라서 대학을 졸업하고 예술가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게 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의 경우는 사회에 진출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세상에 나가는 것을 연기하기 위해서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석사를 마쳐도 상황은 마찬가지고 다시 똑같은 이유로 박사과정 진학을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석사와 박사를 마쳐도 지도교수에게 인정받고 잘 보여야만 대학에서 강사라고 할 수 있게 된다. 대학 강사 생활을 하다가 그중에 아주 극소수만 교수가 된다. 예술계에서 교수가 되는 것은 당나귀가 바늘구멍을 지나가는 것만큼 어렵다. 그 과정에서 잡음도 적지 않다. 이게 대한민국에서의 클래식 음악인 테크트리다.

앞으로 오페라 무대에서 맹활약을 기대케하는 소프라노 김미연과 피아니스트 김은솔

9월 12일 성남 TLI 아트센터의 영아티스트콘서트(그리고 9월 15일 수요일에 역시 같은 장소에서 개최될)는 이런 구조하에서 가천대학교 졸업생들과 재학생을 위주로 위에서부터의 탑다운 방식이 아닌 학생들, 젊은층이 자발적으로 음악회를 기획, 무대를 만든데 큰 의의가 있다.

게오르그 에네스쿠의 <칸타빌레와 프레스토>를 연주한 장기중학교 2학년의 문인서는 안정적으로 곡의 종지까지 안정적으로 완주하였다.

베르디의 오페라 <운명의 힘> 중 유명한 아리아인 <평화, 평화, 나의 하나님>(Pace, pace mio dio)를 부른 가천대 졸업생 소프라노 김미연은 오페라 가수의 풍모를 풍겼다. 소리의 질감이 두꺼웠으며 드라마틱한 전개에 고음도 별 무리 없이 도달하는 여유를 보였다. 앞으로 오페라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낼 재원이다.

1부의 마지막을 장식한 청원초등학교 5학년의 바이올린 홍지민은 한국의 수많은 영재 바이올리니스트의 계보를 이을 예쁘장한 소리와 빠른 손놀림을 선보이는 학생이었다. 아직은 비록 거칠고 10분에 달하는 대곡을 끌어가는데 박력이 딸릴 수밖에 없었지만 앞의 언니, 오빠들보다 무대에서 어떻게 자신을 어필하고 드러낼 수 있는지 제일 잘 알고 무대 경험도 나이에 비해 많아 보였으며 잠재력이 다분했다.

한국 영재바이올리니스트의 계보를 이을 청원초등학교 5학년의 바이올린 홍지민

선화예고 1학년의 플루티스트 우아현은 불안정한 음정만 호흡으로 조절하면 깔끔하고 예쁜 소리를 더할 나위 낼 수 있을 거 같았고 첼로의 가천대 졸업생 정지윤은 한양대를 졸업하고 독일 트로싱엔 국립음대에서 Diplom을 취득한 서정우와의 앙상블로 차분하고 정갈하면서 역시 앞의 재학생들과는 나이나 학력이나 관록 등에서 급이 다른 무대를 만들었다.

맑고 꺠끗한 플루트의 소리 플루트 우아현

허나 오늘 음악회의 스타는 가천대 졸업생 소프라노 김현지였다. 그녀가 무대에 오르자 객석에서 갑자기 무려 7대가 넘는 핸드폰으로 동영상과 사진이 촬영되었고 그녀의 노래가 끝나자 브라바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한 무리의 관객이 기다렸다는 듯이 빠져나갔다. 거기에 질세라 전남대 4학년 피아노의 윤혜영의 베토벤 <고별>소나타 1악장이 큰 환호와 함께 마치자 다른 일련의 윤혜영 팬들이 싹 빠져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선화예고에 재학 중인 피아노의 장재하는 작년 12월의 2020 영아티스트콘서트에선 슈만의 3번 소나타 1악장을 치더니 8개월이 지난 이날은 브람스의 <파가니니 변주곡> 2권을 연주했다. 둘다 대곡이다.

오늘의 슈퍼스타 소프라노 김현지

지금의 중고대학교의 1-2학년들은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학년으로 이렇게라도 무대에 서기 위해 기량 연마를 하지 않으면 더욱더 남 앞에서 보여주고 들려주는 기회가 적고 학습권의 제악을 받는다. 음악인이란 결국 크든 작든 무대에서 실연을 하지 않는다면 정체성이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무대에 서서 다른 사람에게 연주를 들려주기 위한 존재들이 아닌가! 그러려면 이럴 때일수록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기본에 충실하고 자기 역량 안에서의 선곡으로 꾸준히 음악을 계속하는 거다.

이날 1~20대들의 연주곡명이나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치는 곡이나 더 윗세대에서 연주하고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레퍼토니나 대동소이하다는 현실은 그저 음악계 내에서만 특정 레퍼토리 몇 개로 끼리끼리 듣고 평가하고 판단하는 철저히 폐쇄적인 구조라는 점이다. 이래가지곤 절대 시장 창출을 할 수 없고 취업은 그저 몇몇의 공공과 교육기관만 가능하고 음악하기 위해 쓴 만큼 투자액의 본전도 회수할 수 없다. 입시평가회와 학교 취직을 위한 귀국발표회가 아니라면 학교를 졸업한 영아티스트들의 참신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영아티스트 콘서트로 언론에서 연일 호평하는 MZ세대만의 감성과 특징을 유감없이 과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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