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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 '북침설' 교육 교사 32년 만에 무죄 판결, 32년 만에 억울함 씻어

권용
  • 입력 2021.09.0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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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 중 학생들에게 미군 북침설을 교육했다는 이유로 불법 연행돼 '빨갱이 교사'라는 오명 속에 살아온 강성호(59·청주 상당고) 교사가 32년 만에 억울함을 씻었다.(사진=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공)

수업시간 중 학생들에게 미군 북침설을 교육했다는 이유로 불법 연행돼 '빨갱이 교사'라는 오명 속에 살아온 강성호(59·청주 상당고) 교사가 32년 만에 억울함을 씻었다.

2일 청주지법 형사2부(부장 오창섭)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재심공판에서 강 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불법체포·구금 중에 작성된 일부 진술과 참고인 진술 일부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학생 일부가 수사기관·원심 법정에서 한 진술은 스스로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내용을 일부 교사·수사기관이 의도하는 바에 따라 과장해 진술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신빙성이 없다. 강 교사가 수업시간에 한 발언은 교육목적으로 개인 의사를 표명한 정도이며, 반국가단체에 이익이 되거나 이롭게 하려는 게 아니었다"고 밝혔다.

강 교사는 1989년 5월24일, 교사 첫 발령 3개월 만에 제천제원고(현 제천디지털전자고)에서 일본어 수업 중 경찰에 강제연행돼 수감됐다. 당시 경찰은 체포영장 제시나 미란다원칙 고지를 하지 않았다.

강 교사는 수업 때 학생들에게 "6·25는 미군에 의한 북침이었다"며 틈틈이 북한을 찬양하고 고무했다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씌워졌다. 당시 수사기관에서는 강 교사가 학생들에게 이런 내용의 수업을 했다고 6명 학생이 진술했다고 발표했지만, 그 중 2명은 수업에 결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외 나머지 학생들의 진술도 흔들렸으며, 강 교사 구속 후 학생 600여명이 집회를 열어 "강 선생님을 좌경용공으로 모는 것은 완전히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그해 10월 법원은 강교사에게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으며 이듬해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강 교사는 교단에서 쫓겨난 후 해직 10년4개월 만인 1999년 9월 복지했다. 이후 2006년 7월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민주화운동 관련자료로 인정받았으며 2019년 5월 국가보안법 위반죄 재심을 청구했다.

지난해 1월부터 재심을 받아온 강 교사는 32년 만에 '빨갱이 교사' 낙인을 벗었다. 이날 판결 뒤 "저는 이제 누명을 벗지만 스승을 고발한 고통 속에 살아온 제자는 어떻게 하나요. 체제 유지의 희생양이었던 제자를 용서하고, 따뜻한 손길을 보내달라"고 말했으며, "8개월을 감옥에서 보낸 뒤 1990년 10월 집행유예로 나올 때 아버지께서 하신 '기쁘고도 서글프다'는 말이 떠오른다. 누명을 벗어 기쁘지만 ‘이념’으로 빨갱이 멍에를 씌운 못된 검찰과 국가보안법이 아직도 살아있는 게 서글프다"고 전했다.

이날 전교조 충북지부는 재판 뒤 청주지법 앞에서 강 교사 무죄 판결 환영 집회를 열어 "강 교사가 1989년 재판장에 들어서며 손바닥에 쓴 문구인 ‘진실·승리’가 32년 만에 입증됐다. 당시 진실 은폐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교육계 관계자는 강 교사와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국가는 정신적·신체적 보상하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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