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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69] 뭣이 중헌디?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8.3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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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탈레반 공세로 수도인 카불이 함락되면서 한국에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을 구출해 국내로 이송한 미라클 작전의 성공적인 완수로 한국에 도착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People of Merit), 그들이 묶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법무부 차관이 특별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비 오는 날 법무부 소속 직원이 비에 젖은 아스팔트 길바닥에 무플을 꿇은 채 차관에게 두 손을 들어 우산을 씌워주면서 '과잉 의전'논란이 일고 있다.

비 오는 날 야외에서 거행된 법무부의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미라클 작전 기자회견 ​

법무부는 아프간 현지인 조력자 등 377명의 임시 숙소가 마련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적응 교육은 물론 생계비 등 적극 지원을 약속하는 브리핑을 열었다. 10여 분 동안 진행된 브리핑 동안 비가 많이 내려 한 법무부 직원이 차관 뒤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들어 우산을 씌워준 모습이 현장에 있던 기자의 카메라에 담기고 이런 장면의 사진이 보도 되자 '조선 시대 같다'. '부모님이 보시면 마음 아프시겠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27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현지인 조력자 초기 정착 지원 관련 브리핑을 하는 가운데 한 법무부 직원이 뒤에서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주고 있다.

야권에서도 '국민의 상식과 괴리된 황제 의전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하나의 상징'이라고 논평하며 법무부 차관의 사퇴와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사진, 영상 촬영 과정에서 기자들의 요구로 인한 자세라는 해명이 나오고 의전 실태에 관련된 각계의 입장과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제일 중요한 그 행사의 주체인 아프가니스탄인들의 무사귀환과 평안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관심을 쏟지 않고 있다. 즉 이런 국제적인 큰 이슈에 대한민국이 성공적으로 임우를 완수한 데에 대한 자축과 홍보에만 몰입해 또 한 번 주객전도의 보여주기, 치적 자랑질의 '쇼'라는 거다.

한국 정부를 도운 아프간 현지인 직원과 가족 391명이 '특별공로자' 자격으로 한국으로 이송된 데에 해외 언론들은 인간을 존엄과 명예로 대한 한국의 품격에 찬사과 감사를 보내고 있다. 왕복 2만KM의 비행과 미사일 격추의 위협을 뚫고 온 아프간 당사자들과 성공적으로 작전을 완수한 작전 관계자들의 휴식과 안정 대신 요란스러운 행사로 인해 주객전도가 되어버린 게 이번 사태의 본질적인 문제라고 본다.

김일응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 공사참사관이 지난 25일 아프간 카불 공항에서 한국으로 이송될 아프간인 수송 지원을 지휘하고 있다. 사진 제공: 외교부

국가나 기업행사에 동원되어 행사를 위해 부속품으로 취급당하는 문화예술인들, 고관대작들의 인사와 박수 그리고 그들의 조명과 자랑질로 인해 각종 행사 주인공들이 꿔다만 보릿자루가 되는 일은 사회 곳곳에 만연되어 일상이 되었다.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인권을 중히 여겨 해외의 외국인들은 수용한 가장 정의롭고 인권이 소중히 보호받아야 할 법무부에서조차 원활한 행사와 보여주기식 멋진 그림을 위해선 안 보이는 데서 수고하고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하급 직원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떨어지고 희생을 당연히 여기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국민성은 잘해주면 위아래 구분 못하고 기어오르고 함부로 하는 경향이 강해 어느 정도의 질서유지와 기강 확립을 위해선 의전과 사람 간 거리 두기가 필수긴 하다. 갑질은 꼭 나이 많고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만 하는 게 아니라 오늘 여기서의 을이 다른 곳에선 다시 갑이 되어 더한 꼴불견을 연출하고 이제는 세상이 뒤바뀌어 아랫사람 눈치 보고 조심하는 세태가 되어 버렸다. 부디 이런 국내의 소란을 뒤로하고 한국에 안착한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 따뜻한 남쪽나라 대한민국에 잘 정착하여 사회구성원의 한 명으로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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