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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62] 음반 리뷰: 한국과 중국의 愛를 노래한 소프라노 김지현1집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8.1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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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중국에서 출시한 소프라노 김지현(상명대학교 성악과 교수)의 <한국과 중국의 愛를 노래한 1집>음반은 특이하게도 중국가곡도 같이 수록하였다. 이번 음반에는 한국가곡을 대표하는 <그리운 금강산> (최영섭 작곡)과 우리 민요 아리랑을 소재로 한 3종류의 아리랑 그리고 안동의 명물 월영교에 얽힌 조선시대판 “사랑과 영혼” 이응태 부부의 애틋하고도 숭고한 사랑이야기 <월영교의 사랑> (서영순 작시 & 이안삼 작곡)과 함께 중국 테너 왕지국이 함께 노래한 중국가곡까지 포함되어있다.

아리랑은 명실상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요이다. 가사에 한민족의 얼과 한이 담겨 있기 때문에 대체로 슬프고 한스러우며 내적지향성인데 첫번째 트랙의 <아리랑 판타지>는 외부로 진출하려고 에너지가 꿈틀댄다. 한반도를 넘어 중국을 지나 전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기상이 넘친다. 꼭 월드컵이나 올림픽의 주제곡 같다. 우리나라 공식행사에서 불러도 좋을 장엄하면서도 현대적인 아리랑으로 재탄생하였다.

3번 트랙의 <월영교의 사랑>은 기존 오리지널이 가요풍으로 편곡되면서 편곡자의 감각과 세련됨을 통해 어떻게 보편적인 감각을 입힌 현대적인 가곡으로 재탄생 할 수 있는 지를 여실히 증명한다. 항시 강조하건데 음악은 시대와 동행해야지 전통의 계승과 보존이라는 명목 하에 예전의 작곡기법과 악기, 기술만 고집해서는 현대인의 삶과 결부될 수가 없다. 원형과 본질은 유지하되 음악 역시 진화해야 한다. 이젠 피아노 한 대 놔두고 반주하면서 무겁디 무거운 성악적 발성으로 부르는 노래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마이크라는 소리를 증폭시키는 기기가 없었을 때 엄청나게 거대한 공간해서 다중에게 소리를 전달하려는 창법을 지금도 노래와 양식, 장르 불문하고 답습하면 사람들은 외면 할 수 밖에 없다.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꼴이다. 일단 이번에 편곡,수록된 월영교의 사랑은 가곡이자만 듣기에 부담이 없다. 이미 호화찬란에 익숙해 버린 대중의 귀에도 쏙쏙 들어온다. 물론 이런 스타일의 편곡은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그래서 음악 시장 자체가 아예 없는 클래식 음악인들이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향도 있는데 그래서 김지현의 음반은 과감하고 화려하며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테너 왕지국과 함께 부른 <모리화>와 <신화>는 사랑을 노래한 중국 곡이며 한국 노래 <님마중>과 <마중>이 그 두 곡에 화답이라도 하듯 붙어있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의 서두 또는 BGM을 연상시키는 행진곡 리듬은 오대양 육대주로 항해를 떠나는 마도로스의 기풍이 느껴진다. 여기에 대금으로 아리랑의 고혹한 가락이 더해지다가 갑자기 반전되며 이 음반 통틀어 처음으로 다른 요소 없이 피아노의 단아한 반주에 맑고 청아한 김지현의 소리로만 익숙한 <그리운 금강산>의 선율이 전달된다. 개인적으로 이 음반에서 다른 게 섞이지 않고 김지현의 따스하면서 선명한 소리만 제대로 감상 할 수 있는 쉼의 공간이다. 마치 시공간이 멈춘 느낌이다. 김지현의 애수 어리지만 당당한, 아카펠라 소리만을 음미하고픈 청자에게 권하는 대목이다.

경상북도 문경새재 <상주>와 <희망>이라는 접두어가 붙은 2개의 다른 아리랑은 앞의 <아리랑 판타지>와는 사뭇 다른 악풍의 코러스가 딸린 교성곡 같다. 이 음반을 관통하고 있는 아리랑의 순환은 인간 세대, 자연의 계절, 오늘의 햇살이 어제의 햇살이 아니듯 흐르고 돌아가면서 한국과 중국의 愛를 노래하고 있다. 그 사랑은 지속적으로 퍼져나간다. 조국 대한민국이 외세에 수천 년 시달렸어도 분단에 고통 받고 정쟁에 멍들어가고 끊임없이 사회적 갈등이 터지지만 살아 있는 형태요 생명을 나타내는 사랑의 집결지다. 그래서 김지현의 음반은 우리들에게 위안과 사랑을 전하고 매일의 생명력을 제공한다. 소프라노 김지현은 한국 예술가곡에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다. 깊이 있는 해석과 곡에 대한 성실한 분석과 탐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모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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