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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56] 리뷰: AYAF Ensemble op.11 '바로크와 현대'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7.24 09:03
  • 수정 2021.07.2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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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예술 전문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2009년부터 도입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신진예술가 지원 사업에서 전통예술과 음악 분야 선정자들이 작곡가 신만식을 대표로 하여 자제적으로 결성, 2013년도에 공식 창단한 AYF Ensemble의 11번째 음악회가 7월 23일 금요일 세종 체임버홀에서 개최되었다. AYAF Collaborarion의 11번째 시리즈로 <바로크와 현대>를 주제로 바흐, 헨델 등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의 작품 중 많이 알려진 곡의 모티브를 중심으로 강혜리, 김희라, 김범기, 신만식, 최명훈 다섯 작곡가만의 관점에서 새로우면서 현대적으로 접근한 작품을 선보였다.

AYAF Ensemble과 작곡가 최명훈(제일 왼쪽)

① 강혜리 작곡, Bach: St. Matthew Passion = "wenn ich einmal soll scheiden", 생황과 리코더, 클라리넷, 첼로, 피아노를 위한 작은 수난곡

바흐의 <마태 수난곡>의 62번 합창곡을 주제로 바로크 시대의 음색에 최대한 근접하게끔 사운드와 텍스처 밀도를 절제한 일종의 LItanei(연도문)이었다. 리코더-클라리넷 그리고 생황순으로 제시된 코랄 주제가 점진적으로 촘촘하게 대위법적으로 섞이더니 유일한 현악기이자 저음악기인 첼로의 피치카토 베이스(역시 전형적인 바로크 시대의 작곡기법)에 3개의 악기가 어우러진다. 이제 좀 뭔가 더 나올 듯이 고조되는 마당에 급 마무리되어 뭔가 허전하였다.

② 김희라, 클라리넷,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Trio>

퍼셀의 오페라 아리아 'When I am laid in earth'의 내용이나 선율, 극적 효과보다는 그 곡의 근간을 이루는 화성 진행 중 특히 Passus Durisuculus(탄식 저음)이라는 반음계 하향 베이스 진행을 현대적 가능성과 기반으로 모색한 작품이다. 원전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오늘 발표한 작품 중 가장 희박하지만 여느 국제 현대음악제에 출품해도 인정받을 아카데미한 연구물로서 지극히 잘 만들어진 기악곡이다. 음과 음 사이의 간격에서 오는 공명과 긴장, 파장의 효과와 절대성을 고려하며 악기들이 낼 수 있는 소리의 다양성 또한 추구하였다. 의도적으로 숨반 소리반으로 내려오는 6개의 반음 그리고 그 반음들을 초기 고전까지 즐겨 사용하였던 주제 받아넘기기 기법(Durchbrochene Arbeit)로 처리하였다. 그게 한 번 더 나온다. 그리고 곡이 끝난다.

③ 김범기, 6 Variations on Bach BWV 232 'Crucifixus' for solo piano

김범기의 <바흐 나단조 미사 중 Curcifixus 주제에 의한 솔로 피아노를 위한 6개의 변주곡>은 20세기, 라흐마니노프의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사실 코렐리도 스페인 민속 무곡을 차용하였을 뿐, 자신이 직접 작곡한 선율이 아니다)처럼 바로크 시대 작곡가의 작품 주제를 변주곡의 소재로 삼아 6개의 변주곡으로 작곡한 피아노곡이다.

④ 신만식, "Wenn ich.......waere" fuer 6 Instrumenten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중 유명한 아리아인 '날 울게 내버려 두소서'의 주선율과 화성을 가지고 와서 신만식만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신만식은 자신의 작업 궤적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과거의 유물들과 연결망을 형성하는 코드들을 사용하면서 상호작용을 통한 서로 소통할 수 없는 이질적인 영역이라 생각한 것들을 공유하며 교섭을 꾀한다. 곡의 뒤로 갈수록 헨델의 모습이 비친다. 클라리넷이 군데군데 선율 파편을 튕겨낸다. 피아노가 원곡의 리듬꼴을 드러낸다. 그러더니 마지막에 가서는 지금까지의 모든 모습이 '나'였다고 하면서 가면을 벗듯이 살짝 신만식에 의해 화음만 비틀리고 헨델이 그 영용한 자태를 빛내며 끝난다.

⑤ 최명훈 <Stolz und Vorurteil> fuer 6 Instrumenten, Thema von Abdelazer Suite 2. Rondeau, Henry Purcell

앙상블을 다루는 노하우와 경험이 풍부한 웰메이드 작품이다. '바로크와 현대', '오만과 편견', '과거와 현재', '최명훈과 퍼셀' 이렇게 이분법이 아닌 공존으로서 혼합되어 있다. 더 나아가 브리튼도 보이고 상상력을 뻗치면 번스타인까지 불현듯 스쳐 지나간다. 하나의 선율을 재즈의 즉흥연주처럼 여러 방법으로 변형하니 앞의 김범기의 변주곡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e 음으로서 e-minor가 후반부에 중점을 이룬다는 건 공통점이다. 그러다가 끝나는 게 아닌 g-minor로 넘어가 곡을 매도지 한다는 게 다르긴 하지만..... 주제의 변용이라는 건 신만식과 강혜리의 '바로크와 현대'라는 주제에 접근한 방식과도 유사하다. 전체적으로 바로크적인 거, 현대적인 거 그런 구분 없이 최명훈이 자신만의 연금술로 빚은 작품이다.

AYAF Ensemble의 바로크와 현대, 7월 23일 금요일 세종체임버홀

총평: 5개 모두 초연이다. 전체적으로 곡들이 짧아서 아쉬웠다. 길이가 길고 커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다섯 작품 모두 뭔가 급하게 시간에 쫓기듯 정리되고 훌륭한 연주자들의 활용도가 적고 미흡했다. 어찌 보면 전형적인 한국 축구의 골결정력 부재 같다고나 할까? 초연이니 그럴 수 있다. 나중에 오늘 세상에 막 태어난 다섯 작품을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차분히 개작과 증축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어차피 아야프 앙상블 자체도 강산이 변한 10년간 변함없이 우정과 신뢰를 지켜오지 않았는가! 이런 협업과 보충으로 명작이 탄생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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