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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51] 리뷰: 피아니스트 강소연의 뮤직 플러스 2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7.10 09:27
  • 수정 2021.07.1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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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고등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후 도독하여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에서 전문연주자과정(KA - diplom)을 최우수성적(Auszeichnung)으로 졸업하고 동 대학 최고연주자과정에 진학하여 졸업할 때까지 장학금을 받으며 Solistenexamen을 취득한 클래식 피아니스트 강소연!

선화예술고등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후 도미하여 버클리와 맨해튼 음대에서 재즈 피아노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본인의 이름으로 된 재즈 트리오와 콰르텟으로 3개의 음반을 발매하고 올여름 4번째 음반을 출시 예정인 재즈 피아니스트 우미진!

클래식이 재즈를 만나 때론 클래식하게, 때론 재지하게 여름밤을 수놓았다.

클래식 vs 재즈! 강소연의 뮤직플러스 두번째 주제

가와이 초청연주 시리즈의 일환인 ‘강소연의 뮤직 플러스'의 두 번째 공연은 7월 9일 금요일 오후 8시 서초동 코스모스아트홀에서 '클래식 재즈와 만나다'( Classic meets Jazz)라는 타이틀로 선보였다. 음악회 타이틀처럼 음악에 뭔가 플러스(+) 하는, 그게 미술, 무용, 사진, 문학이 되었든 뭔가 더해지면서 다른 장르와의 결합을 꾀하는 대중들과 활발한 소통으로 자신만의 확고한 브랜드와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강소연만의 고유 브랜드다. 음악이라는 공통 뿌리를 둔 같은 듯 다른 듯한 두 피아니스트가 만나 서로의 개성과 특색을 뽐내고 화합한다. 클래식과 재즈에 대한 공통점과 차이, 학술적인 정의가 궁금하다면 물어보지 말고, 글로 이해하려 하지 말고 오늘 같은 음악회를 찾아가 듣는다면 확연히 알게 된다. 어차피 음악은 하나고 자신이 좋아하는거 찾아 들으면 되는 거니...

가와이 초청연주 시리즈 20201 피아니스트 강소연의 뮤직 플러스 2

음악회를 하루 앞두고 강소연 피아니스트와 점심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는데 연일 1000명 이상 발생하는 코로나 확진자로 인해 7월 8일 아침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여부에 대해 설왕설래가 많았다. 몇 달 전부터 날짜를 잡고 거기에 맞춰 준비를 해야 하는 타 분야의 예술과는 다르게 음악을 하는 행위자인 연주자들은 패닉에 빠진다.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고민과 어차피 행사 자체와 모임이 금지된다면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하기 때문에 돌아가는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코로나가 터지고 1년 6개월간 그랬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고 몇 달, 몇 년에 걸쳐 기획한 연주회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어 금전적, 육체적,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 이럴 때 필요한 한자성어가 있다. '태연자약'(泰然自若) 마치 제갈공명이 전장에 떠나는 장수에게 비단 주머니 세 개를 쥐여주고 위기 때마다 끌러보라고 하고 거기에 해답이 있었던 것처럼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주위의 호들갑에 부화뇌동하지 않는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필자가 그녀에게 예언한 것처럼 음악회는 무사히 치러졌다.

심지어 마스크 색깔까지 깔맞춤한 저 섬세함!

연주도, 음악도, 의상도 대립과 조화였다. 클래식을 상징하는 강소연은 차분하면서도 안정적인 화이트톤으로, 재즈의 우미진은 블랙으로 심지어 마스크 색깔까지 깔맞춤하면서 먼저 독주곡으로 서로 한대씩 주고받았다. 현대 한국인에게 '반짝반짝 작은 별'이라는 동요로 알려진 주제로 모차르트의 변주곡 몇 개를 발췌해서 먼저 강소연이 연주했다. 11번째 변주곡에서 부드럽고 우아한 악풍에 강소연의 주 특기인 또렷하고 청명한 아티큘레이션의 꾸밈음 같은 짧은 음가의 처리 뒤 발랄하고 생기 넘치게 자연스럽게 12번 피날레로 진입해 클래식의 정수를 들려주고 우미진이 바통을 이어 받아 '작은별'을 주제로 하여 스윙으로 시작하는 즉흥연주로 재즈의 색채로 채색하였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하나의 주제로 클래식 vs 재즈의 대결을 펼치는데 불공평한 점이 있었다. 모차르트는 이미 300년 전의 사람이고 과거의 음악인데 현대적인 감각의 재즈와 경쟁을 한 셈이다. 그럴 바엔 모차르트 대신 현대 클래식 작곡가가 쓴 같은 주제의 변주곡으로 우미진에 맞섰어야 했다. 모차르트는 당대 최고의 즉흥 연주자요 천재였다. 고전음악가 중 지금의 재즈 음악가들처럼 자신이 직접 작곡하고 연주하고 앙상블 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었던가! 클래식이 악보의 보급과 낭만파 시대 예술가 상의 성립으로 '위대한 작품의 완벽한 재현'이라는 명제로 정립되기 전까진 음악인들은 모두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나훈아와 나태주가 배틀을 한 것도 아니요 현인을 선수로 소환한 셈이지만 그만큼 모차르트 자체가 몇백 년을 거쳐 살아남은 위대한 음악작품이라는 걸 방증하는 격이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피아노 배틀 재연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명장면인 피아노 배틀을 재연했다. 쇼팽의 ‘에튀드 Op.10, No.5’, 쇼팽의 ‘왈츠 7번, Op.64, No.2’,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을 편곡한 ‘두금삼(斗琴三)’ 등 폭풍 3곡을 잇따라 선사하며 분위기가 고조되고 사람들은 역시나 이런 퍼포먼스를 좋아한다. 피아졸라와 거쉰이 나왔다. 우미진이 독주곡으로 남성듀오 ‘유리상자’가 불러 히트한 ‘제주도 푸른 밤’을 재즈 스타일로 스타트를 끊었다면 강소연은 거쉰의 미발표 오페레타 <East is West>에 수록된 후에 와일드는 거쉰의 대표곡 7곡을 클래식으로 편곡해 <7 Virtuoso Etudes>를 발표한 네 번째 곡인 ‘Embraceable You’로 맞불을 놓았다. 둘이 포핸즈로 두 대의 피아노로 피아졸라와 거쉰을 계속 들려주었는데 선곡의 타당성과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 뒷골목의 술집에서 연주되고 춤췄던 '탱고'를, 흑인들의 한과 애환으로 시작하여 다민족의 나라 미국 문화로 자생한 '재즈'를 세계 보편적인 음악언어와 기법으로 승화시킨 작곡가요 작품들이다. 우리의 국악과 오랜 기간 하위로 취급받았지만 요즘은 텔레비전 틀기만 하면 울려 퍼지는 트로트를 스탠더드 용법으로 용해시킨다면 거기에 뮤직플러스의 또 하나의 가치와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끝곡으로 선택한 거쉰의 '랩소디 인 블루'

<랩소디 인 블루>에서 가장 좋아하는 오늘 같이 더운 날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들이켜면서 해먹에 누워 오후의 나른함을 누리는 듯한 장엄한 느린 부분이 드러내져 아쉬웠다. 대신 음악회 바로 전날 밤에 완성된 따끈따끈한 우미진의 신곡인 <흘러가는 대로>를 초연으로 들을 수 있는 행운도 맛봤다.

강소연이든 우미진이든 클래식이든 재즈든 두 사람, 두 대상 모두 껴안고 싶다(Embraceable you). 강소연의 뮤직플러스는 경쟁과 장르의 분리가 아닌 따뜻한 포옹 같은 포용이다. 그래서 올가을에 계획된 세 번째 +는 윤고은 작가와의 문학이라고 하니 음악, 문학, 미술 모두 껴안고 싶은 감미로운 우리 삶의 위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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