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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 추월의 시대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7.04 09:51
  • 수정 2021.07.0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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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메디치미디어에서 출판한 유튜브 헬마우스의 제작자 6명이 함께 모여 쓴 책

음악이면 다 같은 음악일 건데 20세기만 해도 서구 클래식 음악만이 진짜로 여기고 대접받았다. 듣고 미적 판단을 하여야 할 텐데 그럴 기준과 능력도 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물들에 의해 재단된 조건에 맞춰 본인이 스스로 듣고 즐기지도 못하면서 그저 그걸 따라야 했었고 그러지 않으면 뭔가 교양 없고 무식한 사람 취급받아 샤이보수네 샤이진보네 하는 말처럼 샤이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클래식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타국에서 발원한 문화’라는 특성이 수반한다는 사실은, 바꿔 말해 완전히 다른 문화권 아래 있었던 국가가 타문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문화 사대주의 또한 함께 확산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단 클래식 음악만 그런 과정을 거쳤을 텐가? 현대의 한국 사회는 문화 사대주의의 잔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이는 세계사에서도 수많은 약소국이 열강들 사이에서 겪었던 문화적, 자본적 침식의 역사와 일맥상통한다.

(주)메디치미디어에서 출간된 유튜브 채널 헬마우스 저자들의 신간 <추월의 시대> 

계속 음악 분야에만 국한해보자. 미국 고등학교 경우에는 전체 학교 15%의 학교가 관악대를 운영하면서 이중 74%의 학교가 매년 40회 이상의 연주회를 개최하고 전국적으로 약 20000개 이상의 학교 밴드가 활동하고 있다. 일본의 대기업에서 운영하거나 그 기업의 직원들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음악을 즐기는 기업 밴드만도 2006년 기준 132개였으며 이런 성인 아마추어 밴드들의 활동은 직장 외의 시민밴드 동호회로 이어져 2006년 등록된 일본 전국의 아마추어 시민밴드의 수는 약 1672개에 이른다고 하니 실로 인구비례 어마어마한 수치다. 한국엔 그나마 존재했던 고등학교 밴드부도 입시와 대학 진학에 불필요하다고 없애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지만 연주 수준을 결코 미국과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

동네 야구장이나 탁구장, 합창단 등등 모든 방면에서 인프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가 열약하다. 그런데 같은 기준으로 경쟁을 해도 핸디캡이 많은 우리가 다윗이 골리앗을 무너뜨리는 것처럼 잊을만하면 김연아가, 손연재가, 조성진이 나온다. 메이저리그와 분데스리가, 프리미어 리그는 넘사벽이었다. 그래서 거기서 뛰는 자체만으로 국민영웅 대접받았으며 실제로 갖은 역경을 극복하고 123승이라는 아시아 최다승을 기록한 박찬호나 프랑크푸르트의 아들로 기억되는 차범근, 맨체스터의 박지성, US오픈의 박세리 등은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고 어려운 시기를 넘기는데 원동력이 되었다. 할리우드나 홍콩 영화를 넋 나간 듯 보았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한국의 영화가 아카데미나 골드 글로브를 수상하고 한국의 감독이나 배우가 레드 카펫을 밟으며 BTS나 블랙핑크가 차트를 석권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기성세대와는 달리(책에선 86세대 등으로 명시) 미제, 일제 제품을 높이 평가하지도 않고 도리어 배척하고 중국, 일본, 북한은 그저 여러 나라 가운데 하나일 뿐으로 취급하며 철저히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80년대생 6명이 함께 이 시대를 바라본 <추월의 시대>

민병두 의원이 올린 포스팅을 읽고 구입하게 된 《추월의 시대》는 1981년생부터 1989년생인 김시우, 백승호, 양승훈, 임경빈, 하헌기, 한윤형이 저자로 참여하며 프롤로그와 열 개의 챕터 그리고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들은 총 6명이 한 팀이 되어 헬마우스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경력도 국회의원 비서실 보좌관, 시사 방송 작가, 전현직 기자 등등 다양했다. 무턱대고 국뽕에 취하고 국수주의에 빠지자는 말이 아니다. 한국의 국력 상승과 경제성장은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랄 수밖에 없었던 세대까리의 자연스러운 충돌과 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내가 대학 다녔을 땐 지금 같지 않아 어른도 공경했고 풍족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공동체 정신과 민주화라는 시대과제가 있었고 가족 부양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 vs 그때는 지금과 달리 취업도 용이했고 남북문제나 민주화나 내가 겪어 보지 못한 담론이며 나에게는 현재의 삶과 내가 중요하다는 해묵은 의견과 세력이 맞서면 도저히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 산업화와 민주화, 좌우 혹은 진보 대 보수라는 적대적이고 케케묵은 세대론적 관점에서 벗어나 세대별로 같은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생긴 공감대를 안고 서로 인정할 건 인정하고 전진해야 한다. 난 사회학자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기 때문에 메디치에서 출간한 <추월의 시대>를 교양 수준에서 읽고 해석할 뿐이지만 꼰대는 나이가 아닌 마인드와 태도로 규졍되고 목표와 비전이 있는 삶을 살 떄 영원한 청춘이라고 여긴다. 그런 나이, 성별을 초월한 음악인으로서 내린 결론만 정리한다.

<추월의 시대> 작가들이 활동하는 유튜브 채널 헬마우스

한국 작곡가들이 끊임없이 시도하고 공부해도 성공하기 힘든 것은 유럽 음악의 타자에서 주체로 변화하여 자신의 동질성을 획득하는 작업일 것이다. 이는 서양인과 같은 수준으로, 또 같은 맥락에서 서양음악문화의 뿌리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고통을 의미한다. 더욱이 서양음악 전통의 정수를 이해함에 있어서 유럽인들보다 더 뛰어난 면모를 보이지 않으면 인정받기 힘든 어려움을 동반할 것인데 그런 고통의 과정을 거쳐 그 수준에 올라왔다 하더라도 정작 그들의 모국인 우리나라에서의 불수용과 음악감상시장의 부재 그리고 그것들을 학문적으로 연구할 교육기관의 몰락으로 영원한 아웃사이더, 비주류, 고독한 이방인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의 문화가 이 땅의 풍토에 맞게 녹아들어서 발휘되어 역수출 해야한다. 자국전통문화에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상황이 된다. 자신이 처한 시대와 사회, 환경, 국민과 같이 동행해야한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는 여기서도 해당되는 통찰과 단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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