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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50] 오베라는 남자(Ove)와 슈베르트(Schubert)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7.0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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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는 까칠하지만 원칙주의자인 중년 홀아비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엮은 스웨덴의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장편 소설이다. 오베는 겉보기엔 무뚝뚝해 보이고 거친 언행으로 인해 쉽게 다가가기 힘든 괴팍한 사람이지만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 할 줄 알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다하는 상남자이자 진정한 어른 그리고 평생 한 여인만 사랑하고 헌신한 로맨티스트다. 순탄치 않았던 오베의 일대기를 따라가는 동안, 그 불행의 원인이 단순히 감정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되면서 우리는 일상의 소중함과 사랑의 위대함을 깨닫게 되고 잔잔한 감동을 맛본다.

스웨덴의 프레드릭 배크만(Fredrik Backman)의 소설 오베라는 남자, 출판: 다산책방

<오베라는 남자>는 배크만이 그의 블로그에 챕터 방식으로 여러 에피소드를 나누어 구성한 내용을 수많은 독자들의 열화 같은 요청에 의해 소설화되어 출판되었다. 이후 2016년 영화로도 개봉되었는데 화면 시작과 함께 익숙한 리듬과 멜로디가 흘러나와 깜짝 놀랐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트리오 2번 2악장의 유사한, 행진곡 풍의 음악이 오베의 위풍당당한 발걸음과 함께 영화 <오베라는 남자>의 메인테마로 깔린다. 그런데 슈베르트의 피아노 3중주 2악장이 스웨덴의 민요인 “날이 저문다” (Se solen sjunker)에서 영감 받고 모방한 작품으로 스웨덴의 테너 이자크 알베르트 베르크(Isak Albert Berg, 1803-1886)가 부른 노래에 감명 받아 슈베르트가 2악장에 스웨덴 민요 선율을 인용,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악장으로 완성한 사실을 알게 되면 절묘한 음악적 위트에 빙긋이 미소 짓게 된다.

피아노 트리오 2번 2악장은 이미 영화 “해피엔드”(1999), “피아니스트”(The Piano Teacher, 2001)", "크림슨 타이드“(Crimson Tide, 1994) 등에도 삽입되었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슈베르트의 대표곡 중 하나이다. 3개의 8분음표 뒤의 부점이라는 리듬 패턴이 깊이 각인되는 애수 어린 멜로디이다. 북구의 서정이라고나 할까?

오베는 알고 보면 따뜻하고 사랑스런 남자이다. 독자는 오베가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 질서를 지키려하고 전통을 고집하려하고 남들의 눈에는 사소한 문제들로 사람들과 싸워가는지 어렴풋이나마 알아간다. 오베의 관점에서는 집 하나 혼자 못 지으면서 “자신을 발견한다”며 시끄럽게 여유시간을 원하고 그게 삶의 목표인양 떠드는 사람들은 바보천치다.

오베라는 남자의 실사 영화판 공식 포스터, 스웨덴에서 제작한 스웨덴의 배우들이 나온다.
오베라는 남자의 실사 영화판 공식 포스터, 스웨덴에서 제작한 스웨덴의 배우들이 나온다.

작곡과 음악말고는 연예 한번 해보지 못한 모태솔로 머저리가 슈베르트다. 고작 30년 남짓 살다 갔으면서 대신 우리들에게 어찌하여 이런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름답고 숭고한, 고난과 역경으로 점철된 자신의 인생과는 너무나 정반대의 선물을 주고 갔는가! 슈베르트 역시 남들의 눈에는 별거 아닌 문제로 평생 그걸 지키려고 싸웠을까?

아~~~ 오베에겐 쏘냐가 있었지....오베가 볼 수 있었던 색깔의 전부였던, 자신의 아이는 잃었지만 더 많은 아이들과 선을 위해 싸웠던 쏘냐를 위해 싸웠던 호위무사 오베.....슈베르트에게 오베처럼 쏘냐가 있었다면......이런 심금을 울리는 선율과 곡조가 안 나왔을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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