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
봄이 오고 날이 풀리니
웬 날이 빨리도 밝으니
곳곳에 새들 마구 울어라
개나리 덤불 골목 쓰레기
노친네 자개장롱 속
노래하는 것도 아니고
나뭇가지 물어 날라
집 짓는 것도 아니고
노는 것도 아니고
큰 놈이 작은 놈
족치는 것도 아니고
쪼으고 때리고 맞는 것도 아니고
암놈 위에 수놈이
거시기 세고 센 놈이 올라탔구나
대이구 좋댄다들
입에 겨우 풀칠만 하는
작것들이란,
추리닝 바람에 맹하게 듣고 있노라니
삼십 년 전 대학교 때구나
연못시장 새집여인숙
마치 그 새들이 날아왔다고나 할까
시계 잽히고 가방 잽히고
밤마다, 까구있네라면서 깽판을 부리던 선배들
그 나쁜 형들까지도 설핏, 쫓아왔다고나 할까
그래 그런지 오늘따라
학교 출근 가긴 왜 또 이리 싫은지요
훌 내려놓고 싶은지요
시작 메모
요즘 내 기도는 작아지기를 바라는 기도다. 어리석어지기를 바라는, 바보스러워지기를 바라는, 못난 놈이 되기를 바라는 기도이다. 욕망에 찌든 이기주의자가 되지 않고자 발버둥치는 것인데, 속에 속에 속으로 파고 들어가면 오히려 더 큰 탐욕이다. 힘겹다. 커지기보다, 남들 위에 우뚝 서기보다 작아진다는 건 너무 어렵다. 그래도 우리는 물러나야 한다. 보는 것도 물러나고 듣는 것도 물러나고 생각도 말하는 것도 물러나고, 끊임없이 물러나야 한다. 시건방져 보일지 몰라도. 그런데 나는 과연 보잘것없이 작아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