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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43] 콘서트 프리뷰: 오페라정원,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6.05 10:11
  • 수정 2021.06.0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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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 토요일 오후 5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성남아트센터가 자신만의 브랜드로 <오페라정원>이라는 시리즈를 론칭했다. 오페라와 정원을 결합한 단어로 올 연말까지 총 4편의 오페라가 상연되는데 그중 6월 12일 토요일 오후 5시,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오페라인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이 제일 먼저 무대에 올려진다.

성남아트센터 브랜드 공연 6월 12일 토요일 오후 5시,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

19세기 이탈리아의 어느 시골 작은 마을의 청년 네모리노가 짝사랑하는 지주의 딸 아니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떠돌이 약장수 둘카미라에게 사랑의 묘약이라고 속아 포도주를 사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내용으로 한, 2막의 테너 아리아 '남 몰래 흘리는 눈물'(Una furtiva lagrima)로 유명한 <사랑의 묘약>이 한국에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라이브로 보고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오페라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뮤지컬 등과는 달리 오페라라는 공연예술은 관람객이 자신이 보고 싶은 걸 선택해서 보는게 아닌 공급자인 예술 단체, 특히나 성악가 위주의 오페라단이나 오페라 페스티벌 관계자들에 의해 정해진 작품들을 제공하는 철저한 비상업적 상태에 놓여있다. 오페라라는 장르를 이해하고 향유하는 마니아층이 한국엔 전무한 지경에, 있다곤 하더라도 메트로폴리탄이나 라 스칼라 등등의 해외 유명 극장의 공연을 온라인으로 시청하거나 코로나 전에는 직접 현지에서 관람하는 방식이었지 어느 '작품'이 공연된다고 하니 그 '오페라'를 보러 일부러 발품을 파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한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은 성악도라면 필수적으로 한 번은 배우고 지나가는 필수 레퍼토리요, 오페라 공급자인 성악가들 사이에서 가장 통용되는 작품인지라 그만큼 다른 작품들에 비해 무대에 올리기 여러모로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오페라만큼, 클래식만큼, 상연되는 작품과 출연진이 공연의 흥행과 객석 점유율에 하등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그저 몇몇을 위한 잔치에 머무른 장르도 없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사랑의 묘약>을 선호하지 않는다. 왜? 너무나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건 어렸을 때 한음이라도 삐긋하면 울고불고 난리를 치던 예중 입시/실기시험 곡이었던 쇼팽의 에튀드 10-8처럼, 성악 좀 한다면 가사도 알지 못하면서 부르라고 하니 온갖 귀여운 척은 다하면서 부르던 <Una voce poco fa>처럼 일 년에 최소 2-3번은 여러 이유로 가서 전체 또는 일부라도 보게 된 오페라가 <사랑의 묘약>이요 약방의 감초 같은 '남 몰래 흘리는 눈물'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성남아트센터에서의 <사랑의 묘약>은 꼭 보러 갈 테다. 왜? 일단 이미 내 눈과 귀로 검증된 2명의 음악인들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바리톤 안대현
벨꼬네 역의 바리톤 안대현

지난 2월 코리안심포니와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을 지휘하고 그 후 광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지휘자 홍석원이 그 첫번째요

(참고기사: http://www.mediapia.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364 )

작년 12월 서초문화재단의 온라인 랜선 콘선트로 자신의 부인인 피아니스트 김은진과 함께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전곡을 선보인 바리톤 안대현이 또 한 명이다. 작년 코로나 유행으로 어쩔 수 없긴 하지만 두 번의 직격탄을 맞는 게 8월과 11월 말 12월 초까지였다. 코로나의 대확산으로 정부가 국공립기관을 폐쇄한 8월 중순과 12월이었기에 그때 안대현의 <겨울나그네>는 현장에서 직접 듣진 못했지만 이후 업로드된 유튜브 영상으로 보면서 독일 사람 못지않은 딕션과 깊고 엄중한 공부가 밑받침된 반주자와의 호흡으로 오래간만에 독일 가곡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기사: http://www.mediapia.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446 )

그런 안대현이 이번에 벨꼬네 역으로 출연하며 <비창>으로 "여러분, 모자를 벗으세요. 지휘자 홍석원입니다." 이란 찬사를 받은 홍석원이 성남시립교향악단과 함께 한다고 하니 어찌 아니 가볼 수 있는가!

아디나 역에는 소프라노 김유미가, 네모리노 역에는 민현기가, 둘까마라 역에는 최공석과 잔넽아의 김효주가, 단장 박용규가 이끄는 노이 오페라 코러스가 함께 한다. 예언컨테 코러스는 분명 또 무대가 아닌 오페라 객석의 출입문을 통해 달리면서 입장하고 꽃을 뿌릴 것이다. 그래도 홍석원이 지휘하고 바리톤 안대현이 부른다니 만사를 제쳐두고 간다. 또 아는가? 김유미, 민현기, 최공석 등 내가 몰랐던 또 다른 음악인들에게 빠질지...그리되면 발품은 더욱 많아지고 <사랑의 묘약>을 또 보러 가야 될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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