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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영 비시 詩帖] 제비집

김문영 글지
  • 입력 2021.06.04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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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집>

 

강남 갔다가 돌아오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성난 파도가 부서지는 바다를 건너고

불끈불끈 화내는 산맥들도 넘으며

잠시라도 날개 접고 쉬고싶었으나

목표 잃는 허망함이 싫었다

북으로 북으로 날고 또 날아

마침내 도착한 고즈넉한 산촌

귀촌 집 처마 밑에 안식할 집을 짓는다

농약 묻지 않은 논을 골라

흙과 지푸라기 물어다 단단하게 처마 밑에 붙인다

흔했던 시절은 아스라이 멀어지고

제비집 구경조차 힘들어지는 세상

집 짓는 제비들의 행동이 신비롭다

자재비 인건비 천정부지로 올라 인간들 집짓기 노곤하다

탐욕으로 집값은 점점 비싸져 서러운 사람들 늘어나도

강남 갔다가 돌아와 새집 짓는 제비들에겐

치솟는 집값 그저 가소롭다

지지배배 쫑알쫑알 지지배배

할퀴고 물어뜯는 인간들이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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