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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 - 5

윤한로 시인
  • 입력 2021.05.14 15:45
  • 수정 2021.05.1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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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추적추적, 떡갈나무
잎사귀 가을비 내리고
때로는 엉뚱하게
채석장 가는 협궤 열차 철로변
그 시절 황혼 여인숙에 들고 싶네
허름한 연장 가방 하나
비스듬 어깨에 메곤
숙박부에 조금, 거짓 이름 주소
서툰 글씨 몇 자로 깃들고 싶네
, 하룻밤만
창턱 모과 물주전자 쟁반 물컵
지저분한 천장에 야광 별 뜨고
값싼 외로움의 장사치들,
허투루들과 함께 묵고 싶네
소멸이 소멸을 어루만져도, 이렇게
끝이 끝을 껴안아도 되는 것인지
되묻고 되물으며, 언뜻 벽 너머 얇은 괴성
나 정처 없는 낱말이, 행간이 되어

 

 


시작 메모
그냥은 그냥이 아닌 것들보다 더 괴로웠다. 더 슬펐다. 더 외로웠다. 쓰기가 더 힘들었다. 그냥 지내, 그냥 살아, 그냥 버텨, 그냥 그래. 그런데 저 그냥은 그냥이 아닌가 보다. 의미 있는 것들보다 의미가 더 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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