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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30] 이 한 장의 음반: 여근하의 사계 중 봄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5.05 08:31
  • 수정 2021.05.05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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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6일 출시된 바이올리니스트 여근하의 <사계> 중 '봄'은 계절 봄을 주제로 한 익숙한 클래식 레퍼토리를 재즈 피아니스트 이건민의 편곡과 반주로 재해석한 음반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여근하는 선화예중 & 예고와 한양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독일 Weimar 국립음대 석사 및 최고연주자과정I을 마치고 귀국, 전국 최연소로 29세의 나이로 진주시립교향악단의 악장에도 오를 정도로 실력을 인정 받고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끊임없는 학구열로 미국 Oikos University 음악박사와 Dmin를 취득한 슈퍼우먼이다. 현재 미국 Oikos University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과 함께 음악의 경계를 아우르는 포용력으로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팔색조 연주자인 건 두 말하면 잔소리다. 

바이올리니스트 여근하

클래식을 정통으로 공부한 그녀지만 클래식에만 국한하지 않고 CCM, 뉴미디어음악, Pop 등의 장르를 넘나드는 스펙트럼을 과시하고 있다. 현악4중주 콰르텟 수의 리더인 동시에 기독교 종합문화 사역팀 '엘라인'의 멤버니 멀티가 가능한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또한 서울시 홍보대사로 봉직하면서 음악으로 서울의 방방곡곡을 알리고 소개하는데 일조했으며 음악을 통한 봉사는 생활 곳곳에 클래식의 향기를 심어주었고, 상처와 치유의 메신저로서 귀감이 되고 있다. 한국의 역사와 사회에 대한 깊은 관심은 행동으로까지 이어져 독도에 가서 자신의 편곡한 <Amazing Arirang>을 연주하는 등 필설로 다할 수 없을 만큼의 왕성한 에너지를 가진 예술인이다. 

그런 여근하가 이번에는 재즈라고 하니 관심이 절로 갔다. 이미 여근하 말고도 수천 번 재탕을 해서 익을 대로 익어서 푹 삭은 요한 슈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엘가의 <사랑의 인사>에 독특하게도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을 재즈 피아니스트 이건민이 편곡한 버전이라고 한다.

3곡 모두 전체적인 구도는 원래의 선율은 바이올린이 담당하고 피아노가 리하모니제이션을 한다. 엘가의 <사랑의 인사>가 가장 원곡에 근접해 있다.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의 반주형 같은 피아노 서주 후에 약간의 스윙이 가미된 엘가가 창조한 그 감미로운 선율이 비단결같이 펼쳐진다. <봄의 소리> 왈츠는 특히나 중간부의 발랄함과 싱그러움으로 빈의 정경이 눈앞에 그려진다. 베토벤 2중주나 실내악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악기 간의 주고받는 대화다. 악기 상호 간의 밸런스와 배치를 학습할 때 표준이자 선율이 악기 간에 어떻게 제시되는지 보여주는 모범 답안이다. 조화가 클래식에서 중요한 관점이라면 자유분방함이 재즈의 이디엄이기도 하니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이질적이면서 겉돈다. 편곡이라 함은 2대의 악기가 전부 변하던가, 원형에서 소스를 따와 입체적으로 구성하던가 해야 하는데 바이올린은 원곡 선율을 거의 그대로 연주하거나 약간만 변형하고 피아노가 반주형과 화음을 바꾼다. 베토벤의 5번 소나타 4개의 악장을 하나로 비빔밥으로 만든 게 아니라 1악장을, 그것도 1악장의 엑기스만 축출하여 압축한 게 아니라 평면적으로 제시부까지만 리듬형과 화음이 중간중간 가미되거나 변형되는 진행이어서 아쉽기도 하다. 연세대학교 작곡과를 나오고 프랑스 장 위너 국립음악원에서 재즈피아노 석사학위를 받은 이건민은 보수적이고 현대음악을 중시하는 학풍이었던 90년대 중후반의 연세대학교 작곡과에서 공부를 하였으니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스타일의 음악과는 괴리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게 그대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의 결여 및 흥미 반감으로 작용하였을 수도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번 3곡은 클래식이 원천일 뿐 전혀 다른 스핀 오프가 나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재즈 피아니스트 이건민

전체적으로 원형에 대한 깊은 통찰과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경외라기보다는 원곡 그대로의 구조는 유지하면서 하나의 소스로 편곡자의 감성에 맞춰 자유롭게 살짝살짝 바꾸었다. 영역과 지경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이런 시도와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 값지다.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고 관계자들만의 전유물이 되면 안 된다는 어렵고 높은 클래식 음악의 장벽을 깨기 위해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펼쳐가는 바이올리니스트 여근하의 앞으로의 행보도 뜨겁게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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