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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 시]『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 - 1

윤한로 시인
  • 입력 2021.04.26 18:07
  • 수정 2021.04.2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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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언제부터인가 나는 가장
앞입니다
뒤마저 뺏겼습니다 그 사람들은 이제
나보다 벌써, 천천히
나보다 더 빨리, 늦습니다
해님은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습니다
그럼 가나요
두 팔 짐짓
가위처럼 치켜들고
,갑자기
동막 갯벌 꽃게같이
앞으로 앞으로, 그러나 가도 가도
, 옆앞
으로 갑니다

 

 


시작 메모
두 번째 시집 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를 내면서 이 시를 첫 시로 집어넣었다. 가재골로 내려와 살면서 낮고 겸손한 마음 갖고자 발버둥(?) 쳤으나 이미 나보다 더 낮고 겸손한 사람들 쌔고 쌨더라. 이제 와서 겸손이라니, 또 처절하지 못한 겸손이란 얼마나 어정쩡한가. 오히려 잘난 척하는 겐가. 내 가식이 아프다. 그러니 내 길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고 나아가지만 옆을 벗어나지 못한다. 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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