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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22] 이제는 친일파 작곡가들의 흔적을 지울 때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4.1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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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1년간 코로나 여파로 공연을 취소하고 무대에 오르지 못하다가 봄을 맞아 정성스럽게 준비한 4월 20일 공주시립합창단의 정기연주회 '꽃이 핀다'.1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합창단이나 코로나에 억눌려 문화예술을 갈망하는 시민들이나 설렘 한가득 안고 있을 음악회가 연주회를 며칠 앞두고 프로그램을 다수 변경했다. 시가 주최하는 공연에서 부를 15곡의 노래 중 친일 작곡가의 노래 6곡이 포함되어 있다는 내용으로 어느 시민이 국민청원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다.

사진 출처: KBS뉴스, https://news.v.daum.net/v/20210409163836061?f=o

현제명의 '희망의 나라로', 김동진의 '진달래꽃', '수선화', '신아리랑' 그리고 이흥렬의 '코스모스를 노래함', '부끄러움'... 친일 논란에 앞서 너무나 익숙하고 무비판적으로 불러왔던 노래들이다. 학교 음악시간에 배웠던 노래고 대표적인 한국 가곡으로 인식하며 우리 성악의 기준이었다. 현제명, 김동진, 이흥렬..... 서양음악 작곡 1세대다. 김동진은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공식 등재된 대표적인 '친일음악가', 1940년과 50년대 일제의 괴뢰국인 만주국을 위한 연주활동을 하고, 일제의 침략전쟁을 옹호하는 곡을 만들며 부역한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이흥렬과 김성태 역시 일제의 징용, 징병을 찬향하는 노래를 다수 작곡한 어용 친일 작곡가이다. 현제명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대표적인 친일 음악가로 꼽는다. 일제의 징병제를 축하하는 연주회에 나서고 일제를 찬양하는 음악을 만들거나 연주했으며 라디오 방송에서 일본 군가를 지도하기도 했다. 

​공주시는 결국 '친일 음악가'의 노래 6곡을 모두 다른 노래로 바꾸기로 했다. 이런 해프닝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19년 3월에는 부천시립합창단이 공연 전 선곡한 11개의 곡 가운데 10개의 곡이 친일파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곡 전체를 변경했던 일이 있었으며 2019년 7월에는 홍성군립합창단이 친일음악인으로 분류된 작곡가들의 곡을 홍성군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부를 뻔했다가 공연 4일 전인 지난 8일 준비했던 곡들을 급하게 교체하기도 했다. 두 합창단 모두 준비했던 곡들 가운데 친일음악인들의 곡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두어 달 가량 땀 흘리며 연습한 노래를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지체 없이 교체하였다. 더 나아가 홍성군립합창단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민족문제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친일음악인들을 포함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친일 예술인 50여 명의 명단을 확보하고 향후 친일파의 곡들을 배제하는 방침을 정하는 등 음악인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자정이 행해지고 있다. 

사진 출처: KBS뉴스, https://news.v.daum.net/v/20210409163836061?f=o
사진 출처: KBS뉴스, https://news.v.daum.net/v/20210409163836061?f=o

우리 곁에 스며든 '친일음악'에 대한 대처와 경각심을 일깨우는 사건이었다. 최소한 곡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내용을 제공하고 알고 접해야 한다. 친일 음악가가 만든 노래라는 설명을 하고 그럼에도 해당 곡을 선정한 취지를 설명하라는 거다. 그건 지금 온 국민이 즐기고 있는 트로트도 마찬가지다. 트로트가 일본을 통해 들어온 왜색이고 일본 고유의 민속음악에 서구의 폭스트로트을 접목한 엔카[演歌]가 뿌리라는 걸 알고나 즐기라는 것이다. 교가도 마찬가지다. 이미 친일 음악인들이 지은 교가를 교체하는 학교들이 발생했고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그렇다! 이렇게 알리고 알았을 때, 친일 작곡가들의 흔적이 자연스레 사라지고 바른 악풍이 세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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