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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21] 콘서트 프리뷰: 제17회 앙상블오푸스 정기연주회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4.07 08:25
  • 수정 2021.04.0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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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또 하나의 공연을 놓쳤다. 코로나 감염예방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공연장의 일정 비율로만 관객을 받으며 1칸 띄어앉기를 시행하다 보니 많은 수의 공연이 매진을 기록하고 있는가 보다. 지난 2월에도 목 프로덕션의 2개의 연주회와 KBS교향악단의 정기공연이 매진이라 못 갔고 이번 4월 9일 금요일의 앙상블 오푸스의 제17회 정기연주회 역시 알아보니 매진이라고 한다. 작년 이 맘때즘 우후죽순으로 연주회들이 취소되고 강제적으로 홀이 폐쇄된걸 상기하면 언제 또 공연장이 셧다운 되고 문 닫을지 모르니 뭐든지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요즘 안 그래도 봄을 맞아 지난해 억눌렸던 심리가 보상받으려는 듯 보복 소비라는 단어가 언론에서 회자되지만 코로나 확진자 수는 여전히 400명대에서 줄어들 기미가 없고 작년 이 시기와 비교해도 확진자 수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1년간의 인내와 협조에 참을 만큼 참았고 경각심도 무뎌진 건 사실이다. 다시 열리게 되는 콘서트가 반갑고 문화향유 욕구가 치솟는다는 게 반가운 사실이지만 류재준의 작품을 못 듣게 된 건 아쉽기 그지없다.

제17회 앙상블오푸스 정기연주회 '봄이 오는 소리' 공식포스터

페이스북 앙상블오푸스의 페이지에서 들은 이번 음악회에서 초연되는 작곡가 류재준의 플루트 4중주 <봄이 오는 소리> 중 3악장은 따뜻한 대기가 전해오는 반가운 소리다. 마치 후기 낭만파음악의 감성이 살아 있는 듯한 위로와 안녕을 기원하는 메시지가 담긴 마중의 음악이었다. 앙상블오푸스는 명성과 실력을 갖춘 전문 연주자들로 구성, 2010년에 창단하여 작곡가 류재준이 예술감독을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이 리더를 맡고 있는 단체다. 일단 단원들의 면면히 화려하다. 리더인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말고도 이번 공연을 같이 하는 사람들만도 플루트에 연세대학교 조성현 교수, 바이올린의 서울대학교 김다미 교수, 비올라의 연세대학교 김산진 교수, 첼로에 서울대학교 김민지 교수라고 하니 표가 없을 만도 하다. 거기에 비올라의 이한나, 첼로의 이경은, 하프의 김지인까지 가세하였다. 이들의 연주를 직접적으로 들어보지 못했지만 한국 최고 대학의 쟁쟁한 교수님들과 당당히 함께 하며 까다롭고 기준이 높은 예술감독의 낙점을 받은 사람들이니 실력이야 어림짐작할만하다.

류재준의 작품과 더불어 이런 정예 멤버가 펼치는 아놀드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이 어떨지 궁금했는데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두 작품이 감성 충만과 풍성한 표현이란 키워드로 절묘하게 연결된다. 다시금 코로나가 원망스럽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제한된 관객만 받지 않고 600석 다 수용해 표가 있었을 거고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앙상블오푸스가 더욱더 자주 음악회를 개최했을 거 아닌가!

달 밝은 숲속을 걷고 있는 연인, 여인은 남자에게 고백한다. 아이를 임신했다고... 그런데 그건 같이 길을 걷고 있는 남자의 아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이다. 죄를 지었다고... 당신을 만나기 전, 얼굴도 모르는 사내에게 맡긴 육체에 받았던 축복이라고.... 남자는 여자를 용서하고 죄의식을 씻어주며 사랑으로 아이를 받아들이겠다고 한다. 그리고 둘은 입맞춤을 한다.

리하르트 데멜(Richard Dehmel, 1863~1920)의 연작 시집인 ‘여인과 세계’(Weib und Welt, 1896) 가운데 ‘두 사람’(Zwei Menschen)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된 현악6중주 <정화된 밤>의 주 내용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로부터의 영향, 바그너의 화성과 브람스의 형식의 통합, 표제음악적인 성격과 실내악을 통합한 규모, 풍부한 감성과 탐미적인 아름다움, 폴리포니적인 견고함과 두터운 텍스처를 바탕으로 한 현악기들의 긴장감 높은 앙상블로 구성된 19세기가 끝나는 1899년 대미를 장식한 독일 & 오스트리아 음악의 걸작이다. 강렬한 표현과 후기 낭만주의 극단까지 치닫는 여과 없는 감정 배출로 독일 & 오스트리아 음악의 전통과 자부심을 충분히 계승하는 걸작이다. 그래서 또 아쉽다. 개인적으로 쇤베르크가 12음기법을 만들어 무조음악으로 뛰어들지 않고 자신의 초기 작품, 예를 들어 교향시 <펠레아스와 멜리잔데>, <구레의 노래> 등에 더 침잠되어 발전시키고 이어나갔다면 현대음악, 더 나아가 20세기 클래식 음악의 미래와 방향이 바뀌었을 거라 짐작한다. 경직된 현학성과 아카데미가 아닌 듣고 연주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음악으로서 말이다. 표는 다 팔렸다고 한다. 어차피 이 글을 읽고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사람들을 위해 첨부한 영상으로 아쉬움을 정화시킬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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