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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아트밸리 탐방기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2.1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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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코로나 때문은 아니다. 몇 년 사이 시대와 생활양식에 맞지 않은 허례와 허식으로 변질된 명절의 참의미를 되새기고 병폐를 과감히 벗어나 굳이 연휴 기간에 길에다 돈 뿌리고 스트레스 받지 않기로 했다. 안 그래도 적어도 두 달에 한 번은 멀리 떨어진 가족들끼리 만나고 왕래가 빈번한데 명절이라고 딱 정해놓고 그때 아니면 가족들을 상봉하지 못하는 사람들 틈에 끼어 고생하지 말자는 주장이 먹혀가는 와중에 코로나가 터졌다. 작년 추석에 이어 올 설도 내려가지 않았다. 3월 초에 갔다 오면 되니 말이다. 대신 설 당일 오후 포천아트밸리에 갔다.

설날 오후 인파로 북적이는 포천아트밸리

포천아트밸리는 1990년대 들어 생산량이 감소되면서 운영이 중단된 채 방치되어 황폐화되었던 폐채석장을 포천시가 자연과 문화,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친환경 복합예술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서울 강남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며 노원이나 도봉 같은 서울 강북지역에서는 1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주차장이 넓고도 크다. 그리고 무료다. 설날 인파가 몰렸음에도 다 소화하고 남을 정도니 평일에 가면 아마 널찍함을 넘어 썰렁할 정도일 거다. 코로나로 인해 실내 체험시설 운영을 하지 않은 게 아쉽지만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국공립 시설은 입장 자체를 불허하였단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이제는 다들 뭐 그러려니 하고 쿨하게 넘긴다.

예전엔 인부들이 산을 타고 넘어가 돌을 쬐고 깎았을 텐데 그 자리에 관람객을 위하여 420m 길이의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다. 뭘 이런 걸 타고 가냐, 이 정도 거리는 당연히(?) 걸어야지 하는 내 고집에 편도만 끊었다. 어른 기준으로 모노레일 왕복은 4,500원이고 편도는 2,300원인데 아깝기 그지없다. 운동 삼아 오르락내리락 걸어도 되고도 남는데.......

포천아트밸리 내의 모노레일

땀을 뻘뻘 흘리고 도달한 천주호. 화강암을 채석하며 파들어갔던 웅덩이에 샘물과 빗물이 유입되어 형성된 인공 호수다. 최대 수심 25m로 물이 맑아서 놀랐고 호수에 가라앉은 화강토가 반사되어 에메랄드빛을 띄니 신비로웠다. 얼어붙은 표면과 돌에 달라붙은 거대 고드름이 올겨울 혹한의 증거로 남아있었다. 마침 남반구에서 온 여행객들이 갖은 포즈를 다하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런 설경은 그들에겐 생소할 터... 우리 국민이 사막에 가면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을까?

45m 화강암 직벽을 활용한 미디어 파사드는 천연 공연장이다. 산마루 공연장이라고 절벽을 마주하고 있는 카페 앞의 노상공연장은 운치를 더해줄 터... 코로나만 끝나면 이런 공간을 활용, 음악회를 하고 싶다. 자연이 무대다. 이제는 단순히 콘크리트 덩어리 안만 연주자, 예술가의 무대가 아니라 모든 게 열려있다.

화강암을 채석하며 파 들어갔던 웅덩이에 샘물과 빗물이 유입되어 만들어진 인공 호수 천주호
화강암을 채석하며 파들어갔던 웅덩이에 샘물과 빗물이 유입되어 만들어진 인공 호수 천주호

생각을 바꾸면 혁신이 보인다. 재래시장+아파트, 주차장+복합문화공간, 커피숍+농구장. 발전소+스키장. 서로 다른 개념을 결합하여 새로운 개념과 공간을 만들었다. 생각을 바꾸는 도시재생이나, 이종 복합은 공간을 새롭게 한다.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이 된 폐채석장. 자연은 재생을 하면 다시 자연이 된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도시재생의 모범 사례다.

아트밸리 내 매장에서 판매하는 포천의 랜드마크 막걸리, 포천 안에서 사용 가능한 아트밸리 입장권을 사면 주는 지역상품권으로 구매 가능하다.
아트밸리 내 매장에서 판매하는 포천의 랜드마크 막걸리, 포천 안에서 사용 가능한 아트밸리 입장권을 사면 주는 지역상품권으로 구매 가능하다.

그 지역에 가야 먹을 수 있는 맛집 방문은 여행의 화룡정점이다. 식도락은 여행의 진리다. 포천하면 막걸리와 이동갈비가 제일 먼저 연상될 정도인데 아트밸리 입장권을 끊으면 주는 포천 관내에서 사용 가능한 포천사랑상품권으로 할인받아 아트밸리 안의 향토 물품 판매장에서 포천 특산품은 살 수 있다. 이동갈비는 산정호수까지 올라가야 된다고 해서 소개받은 근교의 숯불 오리 로스구이 전문점인 <고향나들이>로 향했다. 1마리에 65,000원이다. 막걸리를 사지 않고 아껴둔 포천사랑상품권을 꺼내니 여기는 식당이라 받지 않는다고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점원이 대거리한다. 빈정이 상했지만 넘어갈 수밖에... 그럴 바엔 아까 막걸리나 살 건데...... 로봇이 서빙해준 한상 가득한 고기와 밑반찬을 보니 기분이 풀리기 시작해 종래에는 배 터지게 먹고 로스에 이어 돌솥밥에 탕까지 65,000원에 해결했으니 가성비 갑이라고 식당 찬양을 떠들었다. 오리 먹으러 또 오고 싶을ㅍ 정도다. 포천에 가면 무조건 들러야 한다. 신북면 깊이울.저수지 입구에 위치해 있고 번호는 031-533-6124이다.

포천 신북면 깊이울.저수지 앞의 숯불오리로스구이 전문점 '고향나들이'에서 풍성한 한 끼 식사
포천 신북면 깊이울.저수지 앞의 숯불오리로스구이 전문점 '고향나들이'에서 풍성한 한 끼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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