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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서도 쿵쿵, 나만 좋으면 되지.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0.07.1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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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비가 내리는 일요일 아침, 처마 밑에 앉아 커피 한잔을 음미한다. 어디선가 울리는 정적을 꺠는 날카로운 크락션 소리가 귀를 찢는다. 멀리서부터 청승맞고 한 맺힌 여인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노래소리가 들려오더니 점점 가까워온다. 그리고 휭하니 자전거와 함께 사라진다. 어디에도 조용한데는 없다. 호적한 곳을 찾아 산 속으로 기어 들어가도 트랜지스터 라디오 소리에 흥청망청 술판이요 못 먹고 못 마셔 한 맺힌 반도의 백성들이 북적거린다. 

산이나 강에서 큰 소리로 라디오를 틀고 다니는 사람들, 사진 갈무리: JTBC 뉴스

한강에서 강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자전거들과 함께 따라오고, 조용한 산길을 걷는 사람들 사이로 나오는 스피커의 음악 소리, 뽕짝이든 세미 클래식이든 자기들이야 기분 좋고 흥겨울지 모르겠지만 배려심이란 1도도 없는 행동이다. 나만 좋으면 되고 내가 왕이다. 그러다보니 이 반도의 백성들은 '적당히'라는 절제를 모른다. 술을 마셔도 밤 새워 술에 곤드레만드레 취할 때까지 마셔야 직성이 풀리고 고성방가와 경박한 웃음소리와 거센 척하며 내뱉은 욕지거리는 옵션이다. 다들 귓구멍이 막혔는지 스포츠 경기든 집회 현장이든 우선적으로 인공적인 음향증폭기인 스피커와 마이크로 사람 혼을 쏙 빼 놓는다.  

어딜 가든 차분한 가운데 자연친화적이지 않고 붕 떠 있고 시끄럽다. 이건 어디까지나 민족성에 기인한다. 우리 민족은 흥이 넘치고 화끈하다. 뭔가를 해도 이성과 논리 그리고 ‘적당히’하고는 거리가 먼 감정적이고 끝을 봐야지 직성이 풀리는 민족이다. 음식만 봐도 충분히 간이 배어 있어도 싱겁다고 한다.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맵거나 여름에도 뜨겁게 땀을 흘리고 먹으면서 시원하다고 하고 한 겨울에 얼음이 동동 떠 있는 싱건지를 후르르 마시는 사람들이다. 노래방이라는 돈 내고 노래를 부르는 특별한 장소까지 동네방방곡곡에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맘껏 노래인지 스트레스 분출인지 괴성을 부르면서 감정을 토해내고 흥에 겨워야 잘 놀았다고 한다. 좁은 땅덩어리에 인구는 많아 북적거리고 거기서 어떻게라도 남들보다 잘 살고 우위에 서고 싶으니 경쟁은 피할 수 없으며 그 틈바구니에서 손해를 보는 건 못 참으니 눈치와 약삭빠름만 늘어 이기주의가 판을 친다. 남과의 비교가 아닌 나만의 고요와 행복을 찾아야 하는데 성격만 급해가지고 남들하는건 다 해야하고 이걸 또 트렌드세터네 멀티테스킹이네 하는 비 인간적인 단어로 포장하면서 권장한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동네 편의점에는 조기축구를 마치고 맥주병을 까면서 한쪽에선 승리의 기쁨을, 다른 쪽에선 패배의 울분을 큰 소리로 토해내고 있구나...더구나 수중전이라 더욱 재미있었다고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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