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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백세각에 서서 도포자락을 휘날리다.

김은지 전문 기자
  • 입력 2020.07.13 19:48
  • 수정 2020.07.1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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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재, 고택·종갓집에서 즐기는 역사문화 체험

사단법인 우리문화유산알림이에서 주관한 ‘파리장서를 품은 백세각’ 1박2일 유료 프로그램인 ‘도포자락 휘날리며 별고을에서 파리로’에 참가했습니다. 고택, 종갓집의 역사적 의미가 가치를 활용한 교육, 공연, 체험프로그램으로 문화재청과 경상북도, 성주군청와 함께 합니다.

버스에 오르기 전 약속장소에 훌라후프가 놓였습니다. 답사명과 일정이 적힌 목걸이 받기, 체온계 재기, 그리고 직접 체온을 쓰고 간단한 질문에 대한 답까지, 훌라후프에서 한 명이 빠져나온 후 다음 사람이 그 훌라후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안전을 위한 기다림을 놀이가 되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참가자들이 만드는 연극이 있습니다. 출발하면서 먼저 역할을 정했습니다. 이른 아침 출발이라 버스에서 잠을 청하고 눈을 뜨니 경상북도 성주에 도착했습니다. 먼저 별마을 오랜가게 인증 간판이 걸려있는 곳에서 점심을 먹고 바로 백세각으로 향했습니다.

종가에는 백세각의 종손과 종부님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며 백세각과 방문한 이들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셨습니다.

백세각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163호로 성주백세각으로 불립니다. 명종 6년(1551)에 짓기 시작해 다음 해에 완공한 16세기 조선 전기 건축물입니다. 야계 송희규는 인종에 이어 명종이 왕위에 오르자 어린 왕을 대신해 수렴청정을 한 문정왕후의 동생 윤원형과 이기를 탄핵했습니다. 귀양살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와 지은 집이 백세각입니다. 

전형적인  ㅁ자형 집으로 사랑방 옆으로 난 문으로 들어갑니다. 경사지에 지어진 집으로 안채의 계단이 높습니다. 

종손이 직접 들려주신 백세각이야기 중에 안타까운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향교나 서원에서나 볼 수 있는 키가 큰 회화나무 3그루는 금계포란형의 풍수에 취약한 화재를 예방하고자 심은 듯 하나 두 번의 화재가 있었다고 합니다. 두 번째 화재에서 사랑채가 불에 타 한석봉이 친필인 백세각과 야계종택이 적힌 편액이 소실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 돌보지 못한 백세각을 위해 기단공사를 했는데, 당시 전통적인 기단석으로 복원된 것이 아니고 흙이 아닌 시멘트가 사용되어 현재 건물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안타까워하셨습니다.

단차를 이용한 창고가 2층에 있는데 이 2층에서 중요하지만 비밀스러운 일이 벌어집니다. 

다음에 향한 곳은 불천위사당입니다.

종택의 사당은 대개 가장 집 뒤의 가장 안쪽에 배치되는데, 백세각의 사당은 옆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종부님의 배려로 사당의 문이 열렸습니다. 나라에 큰 공훈을 남기고 죽은 사람의 신주를 땅에 묻지 않고 사당에 두면서 제사를 지내는 것이 허락된 신위를 불천지위, 불천위라고 합니다. 

사당에 단청을 새롭게 하면서 매난국죽을 문양이 있었던 것을 알게 되셨다고 합니다. 백세각의 사당을 방문하셨다면 이 단청을 눈에 담아보시기 바랍니다. 

문화유산알리미 선생님들이 분주합니다. 이제 모두 사랑채 마루에 들어갑니다. 

백세각 마루에 미리 준비된 재료를 앞에 두고 앉았습니다. 

교재출력물을 비단 커버에 오침안정법으로 만들었습니다. 다음은 책을 펼치고 별마을 성주 이야기를 따라가 봅니다. 성주는 무엇으로 유명한가요? 버스를 타고 오는 중에 끝없이 펼쳐지는 비닐하우스를 봤습니다. 바로 참외를 키우는 곳이었습니다. 성주에 위치한 세종대왕자태실과 한개민속마을, 성산동고분군으로 생과 활, 그리고 죽음을 이야기하고 참가자들의 생, 활, 사을 이야기하며 교재를 따라가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나에게 주는 수료증에 이름을 쓰고 인장을 받았습니다. 

잠시 고개를 돌려 밖을 내려 보았습니다. 사랑마루에서 내려다보이는 시원한 전경을 백세각의 주인들은 무척 사랑했을 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국내통고문을 인출하는 것입니다. 먼저 목판에 물을 뿌리고 벼루에 먹물을 부어 붓에 골고루 묻힙니다. 먹물을 잔뜩 머금은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붓을 벼려 적당하게 먹물을 머금게 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목판에 묻힌 먹물이 빨리 마르기 때문에 빨리 붓질을 해야 합니다.

한지에 앞뒤가 있는 걸 알고 있으신가요? 반질바질한 면과 거친 면이 있는데 반질반질한 면이 앞면입니다. 앞면을 먹물과 닿게 해야겠지요? 위치를 잘 맞추고 한 곳을 문진으로 누르고 둥글게 살살 문질러 줍니다.

국내통고문 인출이 끝났습니다. 국내통고문은  야성 송 씨의 송준필이 주도한 것으로 당시 독립의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집근처에 있었던 서당의 마루판을 가져와 목각을 하고 안채의  2층에서 비밀스럽게 인쇄를 하였습니다. 당시 일제의 눈을 피하기 위해 백세각 사랑채에서는 술자리가 펼쳐졌습니다.

오늘은 한글로 쓰인 판을 인출했지만 1919년 당시에는 한문으로 3000여장의 통고국내문을 찍어내었습니다.

통고국내문을 인출한 참가자들은 모두 사발통문에 이름을 적었습니다. 주동자를 알 수 없게 빙글빙글 돌려가며 적었습니다. 독립운동가의 한 사람으로 서명을 한 거 같아 뿌듯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태극기에 이름과 메시지를 적었습니다. 

다음에는 악보를 나눠주셨습니다. 독립운동의 열망을 담은 노래를 참가자들과 부르고 성주합창단에서 백세각을 방문하여 함께 성주역, 나의 조국 대한민국, 독립군가 노래를 불렀습니다.

버스에서 담당하기로 했던 역할을 시나리오를 다시 받았습니다.  연극시간입니다. 과 그를 찾아온 심산 김창숙 선생, 그리고 송씨 문중 사람들의 역할을 맡은 참가자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습니다.

본 무대에서는 옷을 모두 갖춰 입었습니다. 마당에서는 탑골공원을 배경으로 학생들의 삼일운동이 펼쳐집니다. 이것을 목격한 심산 김창숙선생이 유림이 33인의 서명에 빠진 것을 아쉬워하며 백세각을 찾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백세각의 사랑방에서는 그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펼쳐집니다. 각자 자신이 맡은 야성송씨 문중 사람들의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모두들 진지하게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백세각 사랑방은 시간이 거꾸로 흘러간 듯 했습니다.

백세각에 있는 먼지를 털고 쓸고 하는 정화활동을 끝으로 오늘의 프로그램이 끝났습니다. 어르신들께 감사의 마음으로 꽃을 선물해드렸어요. 성주군청에서 참가자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셨어요. 성주의 관광명소가 담긴 자석과 참외머리핀등 성주의 이야기가 가득 담긴 선물이었습니다.

백세각을 뒤로 하고 떠나는 데 아쉽습니다. 1552년 완공된 백세각에서 그 곳에 살았던 여산 송씨 사람들의 선비정신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느끼고 갑니다. 

백세각항일의적비가 마을입구에 있습니다. 송준필 송홍래, 송회근, 송규선, 송훈익, 송천흠, 송우선, 송문근, 송인집, 송수근, 송명근 11명의 애국지사를 기리는 곳으로 이 곳에서 태극기와 흰국화를 받았습니다. 함께 묵념하고 한 사람씩 나서서 꽃을 바쳤습니다. 

 

성주 백세각에서 사단법인 우리문화유산알림이와 함께 한 ‘파리장서를 품은 백세각’ 프로그램의 첫 날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처음 만난 참가자들이 연극을 하며 느꼈던 벅찬 감동에 대해 저녁식사를 하며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별마을에서의 삼일운동 그리고 파리장서가 준비되던 긴박한 순간을 경험한 문화체험이 가득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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