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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신사(83) - 여자가 싫어하는

서석훈
  • 입력 2011.11.1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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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창(소설가, 시인)
지난주엔 여자가 듣기 좋아하는 대사를 몇 개 나열한 바 있다. 그런데 그런 대사를 외워서 줄줄이 써 먹다가도 단 한 방에 모든 게 물거품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쓰잘데없는 얘기들을 지껄여서 그렇다. 피해야 할 대사를 알아두는 게 듣기 좋은 대사 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데, 왜냐하면 침묵으로 여자 호감을 살 순 있지만 말실수는 결코 만회하기 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귀하가 여자를 떼버리기 위해선 바로 그런 대사를 쓰는 게 유효하다 하겠다. 그럼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뭐가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멀리 갈 것도 없이 투표율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정치 냉소주의 이게 바로 문제입니다. 참여하지 않으면, 의견을 개진하지 않으면 이 나라에 대해, 나아가 이웃에 대해, 아니 바로 내 가족 내 자손의 미래에 대해 무관심한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점을 틈나는 대로 사람들에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이 나라의 앞날은 암울한 것입니다. 말순 씨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말순 씨가 어떻게 생각하겠나? 웬 심야 토론이냐고 하지 않겠나?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문제는 말순 씨가 연애할 남자가 없는 거라고 농담이라도 던진다면 오히려 좋은 점수를 얻을 것이다. 그러나 여자를 앞에 앉혀놓고 비문강개 하다간 참으로 ‘의에 살고 의에 죽는....’ 허니 ‘의 찾아서 가 버리라’ 고 하지 않겠나. 그럼 다음 발언은 어떠한가?
“그때 허정무 선수가 마라도나를 완전히 봉쇄했지요. 아마 마라도나는 그날 그 그라운드의 한 동양 선수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요번 3차전에 박주영을 기용하지 않은 건 감독의
판단 미스지요. 주영이는 골문 앞에서의 움직임이 좋지 않습니까? 한국축구의 고질병인 골문 앞에서의 우왕좌왕, 반박자 느린 슛 그런 것들이 박주영에 의해서 상당히 해소된 게 사실 아닙니까? 요번 이적료 있지 않습니까? 그걸 일부 언론에서 단순히 금액의 크기에 대해서만 언급하는 건 완전히 잘못된 시각이지요. 이적료라는 건 말입니다. 구단주 측에서... ”
말순 씨는 마침내 더 참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꺼내 탁자 밑에서 꼼지락거린다. 남 말하는데 스마트폰 만지고 있으면 기분 좋은 사람보다 기분 언짢은 사람이 더 많다는 건 상식이다. 여자가 구단주의 딸이거나 프로 축구 코치의 여동생이라도 된다면 계속 그렇게 얘기하라.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재빨리 화제를 돌려야 할 것이다. 급제동이나 급커브가 힘들다면 부드럽게 그러나 각이 크게 핸들을 꺾어야 할 것이다. “구단주 측에서 경품을 내걸고... 왜 그 스마트 폰으로 광고 하나 보고 다운받아 응모하는 것 있잖습니까?” 하고.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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