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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이십팔일 (윤한로 詩)

서석훈
  • 입력 2011.11.0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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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이십팔일

윤 한 로

나 그닥 큰 병도 불행도
아픔도 사랑도 투쟁도 모르는
심심한 꼰대지만서도

미라보 다리 넘어
세느강 똥물 건너
학교 가는 길
구깃구깃 시험지에
얌얌 시를 쓴다네
염소, 의자, 영각이
그리고 이땡뚱이나 더블류엑스와이
이런 것들에 대하여
한 줄 한 줄 깨알 같구나
쓰고 접고 또 쑤셔넣곤
바지주머니 속
그 그지 같은 시 몇 줄 때문에
좋아라 춤추는 팔 다리
나 늘푸른 전철 역
갑을여인숙 뒷골목에 낑겨
윤하운처럼
문둥이 구름처럼
지까다비 발 둥둥 흘러간다오

어깨에 자루 하나
척 걸머메고픈 날


시작 메모
문둥이 시인, 파랑새 시인, 보리피리 시인. 한하운 시인은 참 쉬우면서도 좋다. 억장이 미어지는 비통을 손톱만치도 느끼게 하지 않는 - 우리에게 강요하지 않는 - 시인. 오로지 푸르기만 할 뿐인 시인. 오히려 그게 더 충격인 시인. 괴팍스러울지 모르겠지만 내 성씨 ‘윤’에, 시인의 이름자 ‘하운’을 섞어서 ‘윤하운’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 맑은 심성을 새삼 가슴에 새긴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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