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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馬) 기자의 일상 단골 제주 편] 질 좋고 맛 좋은 제주 말고기는 여기서

이용준
  • 입력 2019.03.29 17:11
  • 수정 2020.02.1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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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성산읍에 말고기 전문점, ‘마돈향(馬豚香)’을 개업한 한영자 대표. 마돈향의 음식은 그저 믿고 먹을 수 있는 집밥, 엄마 밥상이다. 한 대표는 “내가 먹는다는 신념으로 진실하게 장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마식당, 질 좋은 고기로 문전성시…유통에도 뛰어들어
코스 요리 개발·마유비누 생산 등 말산업 6차산업인 주목

지금은 중국인과 관광객, 쓰레기로 점철됐지만, 삼다도라 불리는 제주도는 바람과 돌 그리고 여자가 많은 섬이다. 말산업계는 단연코 ‘말’을 주장하겠지만 말이다.

제주도는 제주 해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원하며 제주해녀축제를 매해 개최하고, 최근에는 영화 ‘물숨(감독 고희영)’이 해녀의 삶을 우리에게 더욱 생생하게 전달했다.

숨의 한계를 알면서도 바다로 뛰어드는 해녀의 삶은 말의 고장, 제주의 여성들을 가리켜 “생활력이 강하다”, “웬만한 남자보다 낫다”, “질기고 강인한 생명력이 있다”는 말을 방증한다. 본지 은 두 명의 제주 여성을 만났다. 제주 말산업계, 그것도 말고기 유통과 판매업에 종사하는 두 사람은 정직과 열심 그리고 참여란 가치로 그 이름을 알리고 있다. - 기자 말
 

작은 체구에 조곤조곤한 말투 그리고 고운 얼굴까지…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삼다도의 대표 여성이자 그곳에서 나고 자란 ‘어멍(어머니의 제주 방언)’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제주 와흘리 백마가든 인근에서 만난 안해영 대표는 말 때문에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고, 그 말 때문에 먹고사는 말산업계의 ‘해녀’와도 같았다.

20여 년 전, 사고를 당한 남편 대신 생활 전선에 뛰어든 그녀는 횟집 장사를 시작했다. 이후 어릴 때 먹던 말고기가 생각났다. 어른들은 감기에 걸리거나 몸이 안 좋을 때도 말고기를 주셨었다. 시장 조사를 위해 식당 몇 곳을 갔지만, 냄새가 나고 검은 고기가 나오는 둥 어릴 때 먹던 맛과 달랐다. 뭔가 달라야 손님이 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던 그녀는 자연산 회를 고집했듯, 기본에 충실했다.

원칙은 신선하고 질 좋은 말고기를 손님상에 내놓는다는 것. 말고기가 들어오면 15일 내에 팔아야 한다. 잡은 고기를 오래 두면 신선하지 않으니 고기를 싸게 팔거나 어린 시절 먹던 장조림을 담가 손님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주위에서는 비싼 고기를 퍼준다고 만류했지만, 원칙을 고수했다.

1년이 지나자 손님들이 줄을 섰다. 백마식당은 맛있고 신선하고 질 좋은 말고기가 상에 올라온다는 정평이 났고 입소문도 빨랐다. 싱싱한 육사시미도 손님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식당을 운영한 지 5년쯤 지나 싱싱한 말고기 홍보를 위해 유통을 시작했다. 백마영농조합법인도 만들었고, 이제는 도내에서 가장 많은 두수를 비육하고 유통하는 어엿한 ‘대표’다.

한라마 200여 두를 집중 비육하는 등 직접 말을 생산하고 육성(비육)하고 유통·판매하고 부산물은 비누, 엑기스로 개발 중이다. 다시 백마가든을 열고 유통을 겸비한 식당까지 할 계획이다. 말산업계의 대표적인 ‘6차산업인’이다.

제2의 출발 앞두고 있는 그녀. 백마식당을 재오픈하면 마유비누도 다시 취급할 예정이다. 또 엑기스를 음료화 하는 방식도 개발 중이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찾을 수 있게 한다는 원칙은 여전히 잊지 않았다.

 

‘마돈향’ 개업 한영자 대표, “먹는 걸로 장난 용납 못해”
수익으로 기부 사업 계속…남 도와야 한다는 사명감 철저

지난해 6월에 말고기 전문 식당, ‘마돈향(馬豚香)’을 개업한 한영자 제주마테마파크 대표는 제주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마음과 정성을 곧잘 나눠 ‘마심(馬心)과 인심(人心) 전도사’로도 유명하다. 기자에게도 인생에 대한 고민을 듣고 조언해 주는 등 늘 ‘어멍’ 같은 푸근한 마음을 전해준 이다.

한라마와 제주마를 생산·육성하던 생산농가에서 시작해 이제는 승마인들의 필수 코스, 외승이 적격인 ‘제주馬테마파크’를 운영하던 그녀가 또 다른 변신을 시도했다. 3개월간 본격적인 준비 과정을 거쳐 성산읍에 말고기 전문점, ‘마돈향(馬豚香)’을 개업했다. 집밥, 엄마 밥상처럼 그저 믿고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자가 찾아가자 한영자 대표는 집 떠난 아들이 밥 먹으러 온 것처럼 ‘집밥’을 내줬다. 벌써 입소문을 타고 단골이 생길 정도로 그녀의 사업 수완은 대단했다. 그 사업 수완이란 결국 정직, 신뢰, 맛이라는 원칙이었다.

마돈향의 메뉴는 육회덥밥, 말고기국밥, 간, 내장, 육회 외에도 대패살구이와 내장구이가 있다. 흑돼지 오겹·목살 구이도 있는데 흑돼지는 서귀포시 축협 명품관에서 직접 받아쓴다. 사료나 건초 대신 수경재배 기계를 들여 보리 새싹을 키워 비육하고 있다. 그러니 고기 맛이 다를 수밖에. 가격도 착하다. 양이 적어 구하기 힘든 간이나 내장도 제주도 내 다른 식당들보다 30%이상 저렴하다. 직접 고기를 대고 유통 과정을 줄였기 때문.

당연히 고기는 제주산, 김치와 깍두기, 각종 젓갈과 반찬은 국내산으로 ‘집밥’처럼 깐깐하게 만들었다. 제주도에서 제주마를 잡는 건 이곳뿐이다. 아침 11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하고 있으며 40개의 테이블을 갖춘 깨끗한 식당 내부는 회식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제주마테마파크가 승마를 통한 제주 지역 사회 공헌에 기여하고 있다면, 마돈향도 빠질 수 없다. 가게 입구에는 ‘착한 가게, 나눔으로 함께하는 곳’이라는 사랑의열매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입간판이 있다. 수익금 일부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는 일 역시 그녀의 ‘평생 사업’이기 때문. 매달 일정 금액을 기부하고 있으며 연말에는 장학 사업을 또 한다. “이제는 돈을 벌어서 남을 도와야 한다는 사명 때문”이라는 한영자 대표의 진정성. 그 인생의 깊은 맛, 그 향기를 마돈향에서 직접 경험하는 건 어떨까.

 

 

 

 

 

 

 

 

말고기 전문점 마돈향(馬豚香)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서성일로 786
전화: 064-784-1040
영업시간: 11:00 ~ 23:00
근처 가볼만한곳: 제주마테마파크,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아쿠아플라넷 제주, 성읍민속마을 등

은 네이버·카카오 뉴스 검색 제휴 첫 기획 시리즈로 ‘역마살 낀 말(馬) 기자의 일상 단골’을 시작합니다. 말산업 전문 기자라고 꼭 승마클럽, 관련 업종만 다루지 않습니다. 전국을 쏘다니며 알게 된 맛집, 일상에서 만나게 된 소소한 장소, 추천받은 명소, 지역 인사 등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순서로 ‘말의 고장’ 제주 편을 소개합니다.

※역마살 낀 말(馬) 기자
아버지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여행이 일상이었다. 성인식을 기념해서는 전국을 무전여행하며 견문을 넓혔고, 대학과 대학원 재학 때는 전 세계를 두루두루 살폈다. 연봉 일억 원을 줘도 사무실에 갇힌 딱딱한 조직 생활, 책 속에 갇힌 연구 생활이 싫다는 그는 천직인 기자 생활을 즐기고 있다. ‘제주살이’가 꿈으로 조만간 제주에 정착해 해남(海男)에 도전하고 목공예를 배우고 싶어 하지만, 아직 마약과 같은 월급 때문에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일몰의 시작>, <프리랜서> 등 습작 소설도 끄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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